3세 딸에게 처가 식구 폭력행위 노출…피해 아빠 선고유예

사회

이데일리,

2024년 7월 27일, 오후 07:46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어린 자녀에게 처가 식구들과의 폭력 상황을 노출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에게 선고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김도형 판사)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40)씨에게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7일 오전 10시 10분께 별거 중인 아내 B씨의 집에서 자녀 C(3)양에게 가정폭력 상황을 노출해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벌금 5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당시 A씨는 C양을 만나 인근 공원에 놀러 가기로 했지만 궂은 날씨를 이유로 아내 B씨가 반대하자 말다툼을 시작했고 이 장면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C양의 친권자이자 양육자는 B씨로 A씨는 사건 당일 C양을 만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B씨가 ‘찍지 말라’며 소리치자 처제는 휴대전화를 빼앗기 위해 A씨를 밀어 넘어뜨렸고 B씨는 A씨의 얼굴에 소금을 뿌렸다. 또 B씨의 모친은 A씨의 몸과 팔을 밀고 잡아당기는 등 공동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결국 같은 날 B씨는 ‘남편이 아이 앞에서 나를 때린다’는 내용으로, A씨는 ‘배우자가 주먹으로 때리고 소금을 던진다’고 112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다. 이 과정을 지켜본 C양은 B씨에게 안기며 ‘그만’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A씨와 B씨를 포함해 A씨의 처제와 장모 등 4명은 가정폭력 상황을 C양에게 노출해 학대한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B씨와 처가 식구들은 A씨를 폭행한 혐의도 적용돼 벌금 150만~200만원의 약식명령이 확정됐지만 A씨는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그는 법정에서 “딸을 만나고 있었을 뿐 영상 촬영으로 갈등이 시작됐다고 볼 수 없고 갈등 상황 속에서 아동에게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하는 등 구체적인 보호 노력을 한 만큼 정서적 학대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갈등의 시작이 된 휴대전화 촬영을 그만두거나 집을 나가는 등 방법으로 피해 아동을 불안하게 만드는 행위를 중단할 수 있었다”며 “피해 아동을 분리하지 않은 채 계속 촬영해 갈등을 악화한 점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 역시 딸의 정서적 학대에 일조했다”면서도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행위이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