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만 판매자 울린 '티메프'…법원은 범죄성립 '물음표' 던졌다

사회

이데일리,

2024년 10월 11일, 오전 05:0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대규모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사기·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갈림길에 섰던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등 티메프(티몬·위메프) 경영진이 모두 구속을 피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신영희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밤 11시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등 티메프 사태의 책임자로 지목된 경영진 3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티메프 경영진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법원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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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티메프)의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구영배(왼쪽부터) 큐텐그룹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횡령·배임) 혐의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법원 “다툴 여지 있다”…구속 필요성 인정 안해

신 부장판사는 이들 3명의 피의자에 대해 공통적으로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구영배 대표에 대해서는 상세한 이유를 제시했다. 신 부장판사는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의 성격, 티몬·위메프 인수와 프라임 서비스 개시 경과, 기업집단 내의 자금 이동 및 비용분담 경위, 위시 인수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 동기와 과정 등에 비춰보면 피의자에게 범죄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으므로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 경위, 확보된 증거자료, 피의자가 수사와 심문에 임하는 태도, 연령, 경력, 주거관계 등을 고려하면 피의자가 도망가거나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에 대해서도 유사한 논리를 적용했다. 신 부장판사는 “범죄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 피의자의 기업집단 내에서의 위치와 역할, 수사 과정, 수집된 증거자료, 피의자가 수사와 심문에 임하는 태도, 연령, 경력,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고려하면 구속 사유 및 그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같은 판단은 티메프 사태가 단순한 사기나 횡령이 아닌, 이커머스 산업의 특성과 기업 경영 전략이 복잡하게 얽힌 사안임을 법원이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티메프는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회생절차 개시일인 지난달 10일 기준으로 티메프 채권자 수는 4만8419명, 채권금액은 1조2187억원에 달한다.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회생 절차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티몬·위메프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지난 8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검은 우산 집회’를 열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사기·횡령·배임 혐의 적용한 檢…수사 강도 높일 듯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팀장 부장검사 이준동)은 티메프 경영진에 대해 다양한 혐의를 제기했다. 먼저, 1조5950억원 상당의 물품 판매 관련 정산대금을 편취한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로 티몬·위메프 자금 692억원을 배임한 혐의와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 인수대금 등으로 티몬·위메프 자금 671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제기했다. 검찰은 구영배 대표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티메프의 판매대금을 무리하게 사용했고, 정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상품권 할인 등 돌려막기식 영업을 지속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지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티메프 경영진들은 각자 다른 입장을 보였다. 구영배 대표는 미정산 사태를 사건 발생 후에야 인지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상품권 정산 지연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자신의 책임도 있다고 언급했다. 류광진 티몬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티메프 경영진 3인방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 판단은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증거 수집이 필요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경영진들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돼 보다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가운데 검찰로서는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과정 등에 대한 더욱 강도높은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사진=방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