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순천 여고생’ 사망 장소서…순천경찰서 “치안성과 1위” 자축

사회

이데일리,

2024년 10월 22일, 오후 07:10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전남 순천에서 벌어진 10대 여고생 살인사건의 아픔이 여전한 가운데 해당 장소와 가까운 곳엔 순천경찰서의 ‘치안성과 1위’라는 자축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순천경찰서 전경. (사진=연합뉴스)
22일 순천시 곳곳에는 ‘순천경찰서 치안성과 전국 1위, 대통령상 표창 수상’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일주일째 걸려 있다. 그 중에는 지난달 26일 새벽 박대성(30)이 여고생을 살해한 순천시 조례동의 인도와 10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도 이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해당 현수막은 순천경찰서와 연관이 있는 사회단체 명의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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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경찰서는 전날에도 경찰의 날을 맞아 ‘2024년 치안성과 우수관서 평가에서 전국 259개 경찰서 가운데 1위로 선정됐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주요 치안 정책, 사회적 약자 보호 활동, 수사 역량 강화, 안보 수사 활동, 치안 고객만족도, 체감안전도 등 평가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단체표창을 받았다.

하지만 순천 시민들은 경찰의 치적 알리기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박대성의 흉기에 숨진 여고생 분향소 등을 찾으며 추모하는 등 아직 아픔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치적 알리기에만 급급하다는 반응이다.

한 순천 시민 A씨는 서울신문에 “밤길이 무서워 편하게 다니지도 못하고 있는데 경축 현수막까지 붙인 모습은 지역민들을 우롱하는 행태”라며 “유족들의 아픔은 물론 시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박대성은 지난달 26일 오전 0시 44분쯤 순천시 조례동에서 일면식도 없던 A양을 800m 쫓아가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당시 박대성은 자신이 운영하던 가게에서 술을 마신 뒤 범행 대상을 물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대성은 범행을 저지른 뒤 2시간 동안이나 도심을 배회하다 주차된 차량을 발로 차 차주와 시비가 붙어 몸싸움 끝에 차주에 제압당한 상태에서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프로파일러는 박대성이 살해 뒤 맨발로 거리를 다니며 웃음을 띈 CCTV 장면과 관련 “살인 후 각성상태”라고 분석했다. 이는 만족감을 드러낸 것으로 또 다른 살인으로 이어졌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2시간 동안 박대성은 아무런 제지 없이 술집과 노래방 등을 다녔고, 전문가들은 박대성이 잡히지 않았다면 연쇄 살인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울러 박대성이 범행을 저지르기 전 그의 가족이 112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 모른다는 신고를 해 경찰이 찾아가 직접 면담을 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박대성은 경찰이 돌아간 8분 뒤 범행을 저질렀다.

한편 이같은 논란에 대해 순천경찰서 관게자는 “관련 단체들이 현수막으로 축하의 뜻을 보낸다고 해 내용들이 중구난방될 것 같아 직접 초안을 작성해 전달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