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네트워크 로펌' 제동 걸리나…서울변회, 광고 규제안 건의

사회

이데일리,

2024년 12월 05일, 오후 07:06

[이데일리 송승현 성주원 기자]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게 된 A씨는 고위 검찰 출신이 있다는 법무법인(로펌) 광고를 보고 전관 출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사건을 의뢰했지만, 정작 진행 과정에서 A씨는 그 전관 출신 변호사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대구에 사는 B씨는 네트워크 로펌 대구 분사무소에 사건을 의뢰했지만, 정작 사건은 대구 변호사가 아닌 서울 주사무소에 있는 변호사가 맡고 있었다. 사건 진행이 더뎌 계약해지를 요구했지만, 대구 변호사는 ‘사건을 맡는 건 서울 변호사니 그쪽에 연락하라’고만 응대했다. 결국 환불시기를 놓친 B씨는 로펌으로부터 ‘환불받으려면 소송을 걸라’는 답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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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이처럼 전관 출신 변호사를 앞세우거나 자극적인 광고를 일삼는다며 비판이 제기돼 온 이른바 ‘네트워크 로펌’의 사업 방식에 대한 변호사단체의 규제 움직임이 확인됐다.

5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는 최근 소속 회원들에게 ‘네트워크 로펌의 운영·광고의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설문조사’를 공문으로 발송했다.

이 공문에서 서울변회는 “최근 소위 네트워크 로펌으로 불리는 법무법인이 전관 변호사·공직출신 비(非)변호사 등을 이용해 부적절한 광고를 하고 있다”며 “또 과도한 광고비를 지출해 대량으로 광고하는 식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등 운영·광고에 있어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울변회는 △본사 및 지사 명칭 사용금지 △주사무소와 분사무소의 철저한 광고 분리 △변호사 아닌 공직출신 사무직원 광고 금지 △전관 변호사 홍보 제한 △실제 주재하는 변호사만 간판에 표기할 것 △실제로 주재하는 구성원 변호사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광고할 것 등의 내용이 담긴 규제안을 만들었다.
서울변회는 해당 규제안을 전국지방변호사협의회 구성원 전원의 동의를 받은 뒤 이달 중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개정’을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건의할 방침이다. 변협 역시 네트워크 로펌에 대한 광고법 위반 등으로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규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아울러 서울변회는 네트워크 로펌에 대한 회원들의 문제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변회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네트워크 로펌 문제점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단 방침이다.

서울변회가 네트워크 로펌에 대한 규제에 착수한 건 관련된 진정 건수가 감소하기는커녕 더욱 늘어나고 있단 점 때문이다. 서울변회 조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C변호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네트워크 로펌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며 알게 된 영업방식에 대해 성토하기도 했다.

C변호사는 “협회는 이들을 통제하는 규정을 만들고, 적절한 징계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법조직역에 대한 신뢰 회복, 선량한 법률소비자 구제, 나아가 변호사 시장의 수임질서 회복을 위해서는 네트워크 로펌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네트워크 로펌에 대해 뒤늦게 규제에 나선 서울변회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네트워크 로펌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3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라며 “이제서야 규제에 착수하는 건 곧 있을 협회장 선거를 위한 것은 아닌지 진정성 있게 네트워크 로펌을 규제하려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변호사회관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