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냐”…계엄 사태에 ‘탄핵 정국’ 바람 부는 대학가

사회

이데일리,

2024년 12월 05일, 오후 07:06

[이데일리 박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 계엄 사태’ 이후 대학가의 정권 퇴진 집단행동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향후에도 촛불행동 참여를 예고하고 있어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시국선언 양상이 재현될 기류가 감돌고 있다.

5일 오후 숙명여대 재학생 일동은 ‘윤석열 퇴진을 위한 대학생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박동현 기자)
건국대·이화여대·홍익대·숙명여대 등 서울 주요 대학 재학생들은 5일 오후 각자 캠퍼스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날 오후 12시 건국대 재학생 73명은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국선언에 동참한 이유진(건국대 산업디자인학과 22학번)씨는 “윤석열 정부는 갑작스럽게 계엄령을 선포해 무고한 국민을 한순간에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며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국민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 이제는 정말로 목소리 내야 할 때”라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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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이화여대에서도 100여 명의 재학생들이 결집해 정권 퇴진 목소리를 높였다. 박서림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44년 만의 비상계엄선포로 피로 만들어진 민주주의의 역사를 훼손했다”며 “2024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에 맞서 민주주의의 최전선에서 해방의 역사를 만들어온 이화여대가 민주주의의 역사를 지켜내겠다”고 규탄했다.

오후 1시 홍익대에서는 168명의 학생들이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이어갔다. 시국선언을 기획한 강태성(23, 홍익대 경영학부)씨는 “대통령의 생각을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이런 사람이 우리나라 대표해온 게 부끄럽다”며 “대통령으로서 남은 임무는 단 하나 지금 당장 퇴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건희 여사의 석사 논문 표절 논란이 불거진 숙명여대에서도 수백 명의 재학생들이 퇴진 시위에 나섰다. 숙명여대 총학생회 측은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세대와 시민의 고통을 도외시한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침묵할 수 없어 나섰다”고 밝혔다. 시위에 참석한 권혜주(21,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씨는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 대학생이라면 정의를 위해 당연히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 참여했다”고 전했다.

학부생뿐만 아니라 대학원생까지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 일동은 5일 ‘헌정질서를 파괴한 대통령 윤석열의 퇴진을 요구한다’는 성명문을 내며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회는 헌법상 부여받은 권한을 행사해 자격을 상실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하야하라”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러한 대학가의 시국선언 집단행동은 갈수록 심화할 예정이다. 다음 날인 6일 고려대 총학생회는 ‘계엄 주동 세력의 반민주적 사태에 대한 학생 결의’라는 제목의 학생총회를 개최해 재학생들의 의견을 모을 계획이며, 한국외대 학생들 역시 시국선언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대, 전북대, 전남대 등 지역 대학에서도 시국선언에 잇따라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 단체 주도의 전국적인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고된 7일에는 대학생 연합이 함께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이번 대학생 연합 촛불집회에는 △가톨릭대 △건국대 △경기대 △경북대 △경상국립대·창원대·경남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부산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용인예술과학대 △이화여대 △인천대 △제주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등 전국에서 총 21곳의 대학이 동참할 예정이다. .
5일 오후 홍익대(좌), 건국대(우) 재학생 일동이 ‘윤석열 정부 퇴진’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