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를 받는 10대 형제가 2021년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A(18)군(왼쪽)과 동생 B(16)군.(사진=뉴스1)
2012년 8월부터 부모와의 연락이 끊긴 형제를 거둔 것은 신체장애 판정을 받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였다. 어릴적부터 10여년간 형제를 키운 조부모였지만, A군과 B군은 할머니의 잔소리가 싫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이 밝힌 할머니의 잔소리는 “게임을 많이 한다”, “부식카드로 먹을 것을 왜 사오지 않았느냐”, “20살이 되면 집에서 나가라”는 등 일상적이거나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었다. 이에 분노한 A군은 범행 전날 동생에게 “할머니 죽일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할머니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B군은 “할머니가 소리 지르는게 새어나가지 않게 창문을 닫으라”라는 A군의 지시에 따라 문을 닫았고, 그의 범행을 도왔다. 이후 할아버지까지 해하려던 A군은 “할아버지도 같이 갈래? 이제 따라가셔야지”라고 말했고, 할아버지가 두 손으로 빌며 ‘살려달라’고 하자 동생 B군의 만류로 미수에 그쳤다.
검찰은 “A군이 살인을 계획하고 준비한 과정을 보면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로, 범행을 저지른 후 냄새가 나지 않게 향수를 뿌리는 등 집안을 정리하고 샤워까지 했다. 패륜적 범죄로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재판부에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B군에게는 방조 혐의로 장기 12년, 단기 6년형을 구형했다. A군은 신문 과정에서 눈물을 보이며 “동생은 제가 다 시켜서 한 것”이라며 감쌌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심리분석 결과를 보면 우발적 범행 성격이 더 큰 점, 범행을 인정한 점,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점 등을 볼 때 충분히 교화개선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A에게 장기 12년, 단기 7년형을 선고했다. B군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을 살게 됐다. 검찰과 A군은 모두 항소했다.
2심에서는 “자신들을 정성으로 키워 준 할머니를 살해한 범죄로 죄질이 극히 나쁘지만 초범이고 범행을 머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고 원심판결이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며 양 측 항소를 기각했다. 이후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