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탄핵 사건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12·3 비상계엄 사태' 선포 정당성을 직접 호소한다. 윤 대통령은 향후 탄핵 심판도 모두 참석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이 출석하면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 심판에 참석하는 첫 사례가 된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에 한 차례도 나서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20일 오후 공지를 통해 "내일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출석한다"며 "원칙상 앞으로 모든 변론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2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 사건 3차 변론기일을 연다.
윤 대통령이 헌재 탄핵 심판에 출석하겠다고 밝히면서 헌정사상 최초로 구속 상태로 탄핵 심판에 출석하는 현직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도 직접 출석해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 출석도 기록했다.
그는 당시 서울구치소 수감 뒤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포토 라인에 서는 대신 옥중 메시지를 통해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구치소에 잘 있다.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애국심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출석한다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공개 석상에 공식적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달 18일 공수처가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이후 지금까지 약 한 달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공수처가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공수처가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체포·구속 영장이 모두 불법이기 때문에 응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 측은 줄곧 헌재 탄핵 심판에는 적극 임하겠단 입장을 밝혔지만 첫 변론기일엔 '내란죄 철회'를 문제 삼아 불참했고, 지난 15일 전격 체포되면서 이튿날 열린 변론 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까지 발부된 초유의 일이 발생하면서 윤 대통령으로선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호소할 곳은 헌재 심판정이 유일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직접 출석 결정에는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강제구인이 이뤄지지 않은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을 시도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 석동현 변호사는 "내일은 헌재에서 지정한 탄핵 심판 변론 기일인 바 이런 식이면 변론기일 준비도 심대한 장애"라며 "탄핵 심판 절차에서 대통령에게 보장돼야 할 방어권, 자기 변론권을 마구 침해하고 제약해도 되겠는가"라고 반발했다.
헌재는 이날 국회 측에서 제출한 폐쇄회로(CC)TV 영상 일부와 윤 대통령 측이 제출한 '부정선거 음모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 등을 살펴볼 예정이었지만 윤 대통령의 출석으로 윤 대통령 진술에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서울서부지법 난동을 우려 헌재의 청사 내외부 보안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외곽 경비 강화를 단계에 따라 경찰에 요청하고 심판정 입정 시 출입 검색을 강화하고 보안 요원을 증원하는 등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관심을 모으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정 출석 방안은 재판관 논의를 거쳐 결정되며, 경호 등의 문제로 비공개로 이뤄질 전망이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출석 여부는 현재까지 밝힐 단계가 아니다"며 "심판정 내에서 어떤 상태로 변론할지는 재판부 판단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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