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현지 변호사. 법무법인 디엘지 제공.
미술품 물납 신청이 접수되면,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은 이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통보하게 되어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해당 미술품이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가 있어 물납이 필요한지 여부를 심사한 후 관할 세무서장에게 물납 요청을 하게 된다. 이후 관할 세무서장은 국고 손실의 위험이 없는지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물납을 허가한다. 한편, 해당 미술품에 질권이 설정돼 있거나, 상속인 외에 다른 공동 소유자가 존재하는 경우, 또는 훼손·변질 등의 이유로 가치가 감소한 경우에는 물납이 허가되지 않거나, 이미 허가된 경우에도 취소될 수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된 배경에는 2020년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재정난으로 인해 소장품 중 보물로 지정된 불상 두 점을 경매에 내놓은 사건이 있다. 당시 간송미술문화재단으로서는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겠으나, 이는 국내 문화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줬다. 특히,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일제강점기 당시 국내 문화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이를 수집·보존하고자 했던 간송 전형필의 ‘문화보국(文化保國)’의 취지를 계승한 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상황은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처럼 국내 문화재 및 미술품의 해외 유출 우려가 커지면서 미술품 물납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됐고, 이후 삼성이 고(故) 이건희 회장 사후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약 3조원 규모의 문화재 기증을 하면서 미술품 물납제 법제화가 더욱 가속화됐다.
미술품 물납제는 상속인이 보유한 미술품이 국가의 문화 자산으로 귀속되고, 국민들이 이를 향유할 기회를 얻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미술품 및 문화유산의 객관적 시가 산정이 어렵다는 점에서 편법적인 탈세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본질적으로는 세금의 현금 납부 원칙에 반하는 측면이 있어 국고 손실의 위험이 존재한다. 또한, 물납된 미술품의 보관·관리 부담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2024년 국내에서 첫 사례가 나온 만큼, 미술품 물납제가 문화재 및 미술품의 보존과 공공 활용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제도의 안정적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미술품 감정 평가 기준과 절차의 객관성·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국공립 미술관 및 박물관의 수용 능력 확대, 투명한 운영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미술품 물납제가 문화재 보호와 국민 문화 향유 확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장현지 변호사 △일본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영국 옥스퍼드대 미술사 석사 △대림문화재단 대림미술관/디뮤지엄 큐레이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변호사시험 11회 △(현)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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