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하루 전 서울 종로구 헌재 앞 일대는 전쟁 준비를 방불케 할 정도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이날 을호비상(서울지역)이 내려진 경찰들은 이미 헌재 주변 150m를 진공상태로 만들었고, 도심 곳곳의 통제를 위한 장비 배치 작업에 나서고 있었다. 일부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전날 집회 과정에서 훼손된 도로와 운행이 중단된 버스정류장을 보면서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주변 거리에 경찰이 2인 1조로 도보 순찰을 하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이 같은 상황에 시민들은 혼란과 긴장감이 역력한 모습을 보였다. 인사동 쌈지길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유하영(29)씨는 “어제부터 인사동으로 이어지는 길목을 경찰이 전부 막아서 겁먹었다”며 “내일은 우리도 카페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가게 앞에 버려진 집회 쓰레기를 치우던 크리스틴 박씨는 중년 여성으로부터 마을버스가 운행되는지 질문을 받았다. 박씨는 “외국인들이 어제도 와서 무슨 일인지 물어봤다”며 “집회도 깨끗이 해야 하고, 경찰도 모범을 보이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집회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충돌사태와 시민 불편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은 경비활동을 한층 강화했다. 전날까지 남아 있던 헌재 앞 천막은 이날 오전 모두 정리됐고, 헌재로 이어지는 각 길목에는 차벽뿐 아니라 인도 좌우로 철제펜스가 설치됐다. 경찰은 인사동거리와 북촌 한옥마을 등 헌재로 이어지는 주변 지역의 길목도 2인 1조로 도보순찰을 돌면서 인파가 몰릴 수 있는 지역에 차단벽을 세웠다. 위험시설로 분류되는 주유소와 공사현장 주변에도 철제펜스와 차단벽을 세워 외부 출입을 제한했다.
박 직무대리는 “서울경찰은 가능한 경찰의 모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국민의 안전을 지켜나가겠다”며 “특히 헌재 주변을 특별범죄예방강화구역으로 설정하는 한편 헌법재판소를 비롯한 주요시설의 안전 확보와 재판관 등 주요 인사의 신변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폭력과 손괴 등 묵과할 수 없는 불법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현장에서 신속히 검거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온라인상의 테러와 협박 글에 대해서도 신속히 수사해 어떤 불법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선고 당일 0시(자정)부터는 전국 경찰에 갑호비상이 내려져 경비가 더 강화될 방침이다. 갑호비상은 최고 수준의 비상근무 체계로 가용경력 100%를 비상근무에 동원할 수 있다. 경찰은 헌재 등 주요 시설이 몰려 있는 서울에 기동대 210개 부대, 1만 4000여명을 집중 배치한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진공화 구간에 3일 차량 이동을 막기 위한 차단벽이 설치돼 있다.(사진=이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