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 잊힌 '154조'…치매머니 관리는[상속의 신]

사회

이데일리,

2025년 5월 11일, 오후 02:27

(사진=게티이미지)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안다상속연구소장]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발표한 치매머니, 즉 65세 이상 치매고령자의 재산이 국내총생산(GDP)의 6.4% 수준인 15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23년 국내 65세 이상 고령 치매 환자는 총 124만398명이고, 자산 보유자는 그중 61.6%인 76만4689명이었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153조5416억원으로 1인당 평균 자산은 약 2억원이었다.

향후 치매 환자는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라 2030년 178만7000명, 2040년 285만1000명, 2050년에는 396만7000명으로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50년에는 치매머니가 지금보다 3배 이상 늘어난 488조원(2050년 예상 GDP의 15.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증가하는 치매머니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고령 치매 환자는 자산을 관리하지 못해 보이스피싱 등 사기와 자식들의 재산횡령에 노출될 위험이 있고, 사회적으로 치매 환자 자산이 잠기게 되어 사회에 재투자되지 않음으로써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 구조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과 지혜가 필요한 때로써, 여러 가지 사회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대표적으로 치매환자에게 맞는 맞춤형 성년후견제도의 도입,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 치매공공후견 제도 및 공공신탁 제도의 도입 등이 검토되고 있다.

실제 치매환자들이 보유한 자산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유는 위 통계에는 경도인지장애자들의 자산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이나 기타 인지기능의 저하가 객관적인 검사에서 확인될 정도로 뚜렷하게 감퇴된 상태이나,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보존돼 있어 아직은 치매가 아닌 상태를 의미한다. 재산관리능력이 감소했다는 점에서는 치매와 유사하다.

지금도 경도인지장애자들의 자산까지 합치면 충분히 200조원 이상의 재산이 치매머니로 분류된다. 이러한 재산은 우리나라 1년 예산의 3분의 1 수준에 이를 정도다. 이러한 치매환자의 재산을 사회에서 잘 관리하며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치매환자의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를 대비해 미리 강구돼야 한다.
치매머니는 치매환자가 평생 자신의 노동과 투자로 일구어 놓은 재산이다. 자신의 건강하고 편안한 노후를 위해 쓰여져야 할 돈이다. 치매머니를 사회적으로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치매환자의 복리를 위해 우선적으로 환자의 치료, 요양, 생활비에 사용돼야 한다. 치매환자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쉽게 찾아 쓸 수 있는 신탁 내지 금융상품이 개발돼야 한다. 그 예로 치매안심신탁, 성년후견지원신탁 등이 있는데 이를 통해 금융사기 예방을 하고, 안정적인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

치매를 통해 판단능력이 떨어짐으로써 자산관리를 못 하는 사람들을 위해 성년후견제도가 확대돼야 하고, 공공후견인 제도를 확대해서 자산이 많지 않은 치매환자들도 공적인 후견인 지정으로 그들의 소중한 자산이 보호되도록 해야 한다. 경도인지장애자의 경우에는 판단능력이 있을 때에 사후 자산의 처리 방안에 대하여 유언이나 신탁을 통해 미리 정해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치매환자에게는 법원이 신속히 후견인을 선정해 재산을 관리하도록 하고, 금융소비자보호법을 개정해 금융상품 판매시에 치매환자에게 쉽게 팔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지역에서는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치매환자와 가족들에게 자산관리에 관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치매환자가 많아지므로 그들이 자신들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매친화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자산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환자 본인을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은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치매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