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사 90명 뽑아도 132명 나간다…절반이 15년차 미만

사회

뉴스1,

2025년 5월 11일, 오후 01:29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양혜림 디자이너
올해 신규 검사 90명이 임용됐지만, 지난해 퇴직자는 이보다 많은 13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탈(脫)검찰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근속 15년 미만 젊은 검사 이탈률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일선 검사들의 업무 부담은 늘어나는 반면 외부에선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1일 법무부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검사 퇴직 현황에 따르면 △2021년 79명이던 퇴직자는 △2022년 146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2023년 145명 △지난해 132명 등으로 매년 퇴작자 규모는 100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도 이미 40명이 검찰을 떠났다. 현재 추세대로면 올해도 100명 이상이 퇴직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검사 정원인 2292명의 5%를 넘는 수준이다. 특히 6·3 대통령 선거 이후 대대적인 검찰 인사가 예상되는 만큼, 올해 퇴직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퇴직자 중에선 주로 일선에서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15년차 미만 검사들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지난해 퇴직자 132명 중 15년차 미만은 60명으로 45%였다. 10년차 미만 검사는 38명에 달했다.

저연차 검사들이 이탈하는 반면 지난해 신규 임용 검사는 퇴직자 수를 밑돌고 있다. 법무부는 검사 증원이 시급한 점을 고려했다며 지난 7일 변호사시험 합격자 90명을 검사로 신규 임용했다. 지난해 퇴직자 수의 68% 수준이다.

실무를 담당할 저연차 검사들은 나가고 고연차 비중이 커지면서 조직의 고령화 문제가 우려된다. 지난해 20년차 이상 퇴직자는 39명으로 △2023년 53명 △2022년 55명과 비교하면 오히려 감소했다.

5년 이상 법조 경력자가 대상인 법관 임용에 지원하는 검사들도 늘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9년 12명이던 검찰 출신 법관 지원자는 △2020년부터 20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2022년 32명까지 늘었고 △2023년 28명 △지난해엔 25명이 지원했다.

검찰 내부에선 조직이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면서 검찰의 위상이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장기미제 사건이 늘고 재판도 장기화하면서 일선 검사들의 업무 부담은 커졌는데, 외부에선 검찰청 폐지 논의와 검사 탄핵까지 이어지는 탓에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최근 후배들에게서 힘들다는 연락이 많이 온다"며 "검사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곱지 않으니 업무 부담에 시달리면서 조직에 남을 이유를 못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도 이런 점들을 감안해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심우정 검찰총장 취임 직후 출범한 형사부 강화 태스크포스(TF)는 젊은 검사들의 건의를 받아 형사부 강화 방안을 내놨다.

우선 지난 2월 '검사 전결제도 운영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 장기 미제 사건의 처리 기준을 완화했다. 형사부 배당 4개월이 지나면 차장검사 결재가 필요하던 전결범위를 확대해 6개월까지 부장검사가 책임지고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내부 예규·지시·지침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도 받아들여 지난 3월부터 부서마다 이를 통폐합하고 정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한편야권이 검찰의 수사 기능을 없앤 뒤 만들겠다는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관련해서도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수청을 설립하면 수사 인력이 필요한데, 검찰 퇴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수청에서 일하겠다고 자원할 검사가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수도권 부장검사는 "중수청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이 나오지 않아 알 수 없지만, 결국 수사 인력이 필요할 텐데 검찰보다 처우가 좋지 않은 이상 누가 가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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