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숨진 택배기사만 3명…주 7일 확대 원인?

사회

이데일리,

2025년 7월 11일, 오후 01:41

[포천=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포천시를 비롯한 수도권 몇몇 지역의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들이 폭염 속에서 온열 질환으로 추정되는 증상으로 연이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노동계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런 사고의 단초가 택배사들의 무분별한 주 7일 배송 확대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일주일에 2일 휴식을 최대한 보장하는 쿠팡의 대처가 눈에 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는 최근 성명을 내고 “추가 인력 투입 없는 주7일 배송은 택배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길”이라며 “즉각적인 인력 충원과 분류작업 개선, 사업자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포천시를 비롯해 인천, 서울 등에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3명이 폭염 속에서 분류작업과 택배 노동 후 차량이나 집에서 휴식 중 사망했다.

(표=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제공)
이런 사고의 원인으로 한국노총은 CJ대한통운 등 일부 택배사들이 주 7일 배송을 점차 확대하면서도 추가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것은 물론 택배기사들을 분류작업에서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택배사들은 2021년 택배기사의 분류작업을 전담 인력에 맡기고 분류작업에서 기사들을 배제하는 합의를 했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분류인력 인건비 등 비용을 집배점에 전가하고 있다”며 “결국 분류노동자 고용에 어려움을 겪는 집배점이 많아 택배기사들이 여전히 분류작업에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류작업 시간에 따라 지급되는 수수료도 충분하지 않아 노동 강도는 그대로다”고 덧붙였다.

이와는 달리 쿠팡 등 일부 업체는 주 7일 배송을 시행하면서도 충분한 인력 충원과 인력 백업 시스템을 갖춰 노동자들의 근무일을 주 5~6일로 제한하고 있다.

특히 쿠팡로지스틱스는 대리점 계약시 백업 기사 확보를 의무화하고 있다.

또 택배노동자 휴가 시 직영 인력을 대체근무로 지원해 휴식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수천명의 분류 전담인원을 직고용해 택배기사들의 분류업무 부담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쿠팡로지스틱스는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가 6개 주요 택배사 소속 택배기사 12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택배기사 업무 여건 및 만족도 조사’ 결과 월 5일 이상 휴무 비율이 66.7%로 가장 높았다.

컬리 20.8%, CJ대한통운 11.5%, 로젠택배 8%가 뒤를 이었다.

월평균 8일(주 2일) 이상 휴무 비율 역시 쿠팡로지스틱스가 49.7%, 컬리 5%, 롯데·로젠택배 3%, 한진택배 2.5%, CJ대한통운 0%로 택배사 간 차이가 컸다.

이번 조사에 대해 권용장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회장은 “택배사별 업무·휴무일 차이를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며 “우수 운영사례를 참고해 택배기사 업무환경 개선과 제도 논의에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택배사업자의 의지만 있으면 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지 않고도 주 7일 배송이 가능하다”며 “택배노동자의 분류작업 완전배제와 추가인력 투입없는 주 7일 배송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폭염 및 과로로 인한 인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택배사업자의 책임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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