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전경 © 뉴스1
부부가 이혼했거나 별거하는 상황에서 상대방이 단독으로 양육하고 있는 미성년 자녀를 상대방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데려왔다면 미성년자 유인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폭행 및 미성년자 유인 혐의로 기소된 A 씨(44)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2022년 4월 이혼소송 중으로 별거하던 B 씨와 아무런 협의를 하지 않고, 자녀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 찾아가 보육교사에게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한다. 아이들 엄마와 함께 꽃구경을 갈 것이다"라는 거짓말을 해 데려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아이들의 양육은 B 씨가 전담하고 있었다.
A 씨는 또 2021년 8월 B 씨를 폭행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자라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감호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감호권을 남용해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미성년자 약취·유인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미성년자유인죄는 피고인과 B 씨의 이혼소송이 임박한 상황에서 임의로 피해자들의 양육 상태를 변경하기 위한 의도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에 따라 피해자들의 복리뿐만이 아니라 가사 절차의 공정한 진행까지 해할 가능성이 발생해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A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은 "당심에서 B 씨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 의사를 표시한 점과 미성년자 유인 범행으로 피해자들이 처하게 된 양육 환경은 대체로 양호한 편이었던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의 죄책이 가볍지 않고 죄질도 불량한 점, 미성년자 유인 범행을 극구 부인하는 등 잘못을 제대로 반성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강도상해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형 집행을 마친 후 누범기간 중에 범행을 저지른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면서 "양형 조건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1심을 파기하고 A 씨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했다.
A 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