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가 지난해 5월 28일 오후 처남 마약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관련 탄핵 심판 2회 변론기일 출석을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들어가며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검사는 2020년 3월 30일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로 재직할 당시 처남댁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의 전과정보를 후배 검사에게 조회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이 정보를 배우자를 통해 처남댁인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형법 제127조에 따르면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할 수 있다.
이 검사 측은 이날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며 “전과정보는 당사자 스스로 발급받을 수 있어 실질적으로 직무상 비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검사를 대리하는 위현석 변호사는 “행위 사실 자체도 없지만 전과정보가 범죄사실에 포함되지 않아 공소기각 사유가 존재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검사 측은 또 “검찰이 이미 지난 3월 6일 동일한 사실관계로 보이는 사건을 기소해 결심 단계에 이르고 있다”며 “이중기소에 해당해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이 검사를 자녀 위장전입(주민등록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형사사법정보 무단 조회·누설(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가운데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에 해당해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고, 공수처는 지난 3월 별도 기소했다.
검찰이 기소한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와 공수처가 기소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일치해 중복 기소라는 게 이 검사 측 주장이다.
재판부는 이 검사 측의 이중기소 주장에 대해 “이 사건이 진행되려면 병합이 돼야 할 것 같고, 아니라면 피고인 측 주장처럼 상상적 경합으로 중복 기소인지 아닌지에 대해 판단만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검찰이 진행 중인 사건과 이번 재판을 병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수처 측에 병합과 관련된 의견을 일주일 내에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오는 9월 5일 오전으로 지정했다.
공소시효 만료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사건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공수처는 최근 대검찰청과 서울동부지검을 연달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강미정 대변인도 지난 3월 공수처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강 대변인은 자신의 휴대폰에 이 검사가 일반인 전과 기록을 조회한 정황이 드러나는 메시지 내역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이 검사는 수원지검 2차장검사로 쌍방울(102280)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건 등을 수사하던 중 개인 비위 의혹이 불거진 후 직무배제됐으며 대전고검으로 전보됐다.
민주당은 이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가결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핵안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