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 아이가 식사를 거르고 시원한 간식에만 의존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입맛이 없을 만도 하다. 높은 기온, 끈적한 습도, 땀으로 인한 체력 저하가 겹치면 아이의 위장은 쉽게 지치고, 식욕은 저절로 사라진다.
그러나 문제는 이 식욕 저하가 단순한 계절 반응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장기 아이의 키 성장과 체력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지표라는 데 있다. 아이스크림, 아이스 음료, 차가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한의학에서는 여름철의 더위와 습기로 인해 비위(脾胃)의 기능이 약해지는 것을 ‘서열내상(暑熱內傷)’이라 부른다. 이때 몸이 차가운 음식을 반복적으로 섭취하면 기운이 더욱 꺼지고, 위장이 진액을 만들어내는 힘도 잃게 된다.
특히 성장기 아이에게 있어 위장은 단순한 소화기관이 아니다. ‘잘 먹고, 잘 흡수하고, 잘 순환되도록 만드는 성장의 출발점’이자 키 성장의 근본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중심이다.
여름철 아이의 식사는 많이 먹이는 것보다 ‘잘 소화되는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미지근한 죽, 계란찜, 삶은 감자나 고구마, 흰살 생선처럼 기름지지 않고 부드러운 음식들은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흡수율은 높고, 성장 재료로도 훌륭하다. 간식 역시 아이스크림이나 젤리보다는 무가당 요거트, 바나나, 삶은 옥수수처럼 자연식 그대로의 따뜻한 간식을 권장한다.
또한, 수분 보충을 위해 찬 음료를 반복적으로 마시기보다는 미지근한 보리차, 율무차, 생맥산차 등 한방차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많은 부모들이 성장기 아이에게 비타민, 칼슘, 단백질 보충제를 찾지만, 그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은 바로 위장이 잘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의 식사와 간식, 그리고 따뜻한 리듬의 하루다.
밥 한 끼는 단순한 열량 공급이 아니라 아이의 위장을 움직이고, 성장 호르몬이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식욕이란 ‘성장의 첫 걸음’이고, 그 출발선에 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주 단순하지만 소중한 것이다.
올여름, 아이의 식탁을 다시 살펴보자. 냉장고 속 음식 대신 따뜻한 국 한 그릇이 우리 아이의 키를 키우는 가장 현실적인 성장의 시작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