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교과서 지위 박탈은 시대역행…너무 답답하다”[교육in]

사회

이데일리,

2025년 7월 12일, 오전 07:00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이런 자리에 잘 참석하지 않는데 너무 답답해서 나왔습니다.”

이욱상 동아출판 대표는 11일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발행업체들이 개최한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이데일리와 만나 “AIDT의 지위 격하는 시대 역행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욱상 동아출판 대표가 11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응열 기자)
이날 동아출판과 지학사, YBM 등 AIDT 발행업체와 교육정보기술(에듀테크) 업체 등 20곳, 교과서발전위원회는 서울 영등포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IDT의 교과서 지위를 변경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AIDT 발행업체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건 AIDT의 교과서 지위를 교육자료로 낮추는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교과서는 각 학교가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교육자료는 학교 자율적으로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간 AIDT 발행업체들은 AIDT를 지속적으로 전면 도입하겠다는 교육부 정책에 맞춰 콘텐츠를 개발해왔다. 동아출판 역시 이에 발맞춰 개발인력을 다수 신규채용하는 등 투자에 나섰다. 그 결과 동아출판은 지난해 초등학교 영어와 중학교 영어, 고등학교 공통영어 1·2에서 각 2종씩 교육부의 AIDT 검정 본심사를 통과했다.

이욱상 대표가 AIDT 사업에 뛰어든 건 정부의 정책 의지를 믿었기 때문이다. 그간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AIDT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였고 교육부 차원에서 AIDT의 해외 진출도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우리나라의 AIDT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23년 3월에는 장상윤 당시 교육부 차관이 영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에듀테크 박람회 ‘벳쇼(BETT Show)’에서 질리언 키건 당시 영국 교육부 장관과 만났는데 키건 장관은 AIDT 도입 정책에 특히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과 우즈베키스탄의 교육당국 관계자들은 국내 AIDT 발행업체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AIDT가 언젠가는 가야 할 미래인 만큼 AIDT의 교과서 지위를 유지하고 관련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사업이 고꾸라지면 투자비 부담 때문에 기업들이 미래에 다시 AIDT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업체들이 수천억원을 투자한 상황”이라며 “지금 AIDT 사업을 중단하면 몇 년 뒤 정부가 다시 추진하더라도 기업들이 따라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교과서 발행업체들의 재정 상황으로는 AIDT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업계 상위권인 동아출판만 해도 지난해 연간 매출액 1120억원, 연간 영업이익은 156억원이다. AIDT 발행업체들은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콘텐츠 개발에 투자해왔다. AIDT가 교육자료로 격하되면 채택 여부가 학교 자율에 맡겨지는 만큼 투자비 회수에 불확실성이 낀다. 1년 매출 수준의 피해가 예상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AIDT의 품질이 낮다는 점을 이유로 교과서 지위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대표는 “AIDT는 기존 교과서보다 개발하기가 훨씬 어렵고 하루아침에 최고의 제품이 나올 수도 없다”며 “아직은 도입 첫 해이기 때문에 부족할 수 있지만 내년, 내후년까지 현장에서 사용하며 데이터가 꾸준히 쌓이면 품질도 좋아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저출생 시대가 되며 학생이 점차 감소하고 낙오자를 줄이는 게 중요해졌다”며 “지금은 AI를 활용해 느린 학습자와 다문화 학생 등 맞춤형 교육을 시행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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