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넘다 잡혀 면직당한 은행 부지점장..부당해고 판정 왜?[슬기로운회사생활]

사회

이데일리,

2025년 7월 13일, 오전 10:34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이데일리는 중앙노동위원회와 함께 직장 내 노동분쟁 사례를 통해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필요한 노무 상식을 소개합니다. 이번 사례는 형사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면직은 부당하다는 판정을 받은 은행원의 이야기입니다. 생계를 좌우하는 해고에 대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1994년 B은행에 입행해 30년 가까이 근무해온 A씨는 부지점장으로 근무 중이던 2022년 6월, 회사에서 면직 처분을 받았다. B은행은 A씨가 특수주거침입 및 특수협박죄로 ‘징역 5월, 집행유예 1년, 40시간의 사회봉사명령’ 판결을 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A씨에게 퇴직을 통보했다.

B은행 인사규정은 ‘업무와 관련 없는 형사상의 범죄로 금고 이상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을 때’는 인사위원회 회부 없이 인사부 직권으로 해당 직원을 당연면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A씨는 은행 업무와 아무 관계없는 개인적인 범죄인 만큼 이를 이유로 면직한 것은 부당하다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초심인 지방노동위원회와 재심을 맡은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은 달랐다. 초심 지노위는 인사규정에 명시된 조항에 따른 면직 처분인 만큼 정당한 해고라고 판단해 A씨의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반면 재심 중노위는 B은행의 면직 처분은 부당해고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중노위가 남의 집에 무단 침입해 협박까지 한 은행원을 구제해준 이유는 무엇일까?

중노위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을 때’를 당연면직 사유로 규정한 것은 ‘사실상 현실적인 근로 제공이 불가능한 상태인 실형 판결을 받은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출근을 할 수 없는 만큼 퇴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면 A씨는 유죄 선고를 받기는 했지만, 집행유예여서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수행하는데 지장이 없는 만큼 면직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는 게 중노위 판단이다.

아울러 △A씨가 자신의 범죄 행위를 뉘우치고 있어 법원이 정상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는 점, △해당 사건 이후에도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했다는 점, △재직 중에 ‘주의’이외 징계를 받은 사례가 없는 반면, 한국은행 총재 표창, 금융결제원장 표창 등 다수의 수상 이력이 있는 점 등도 감안해 처분을 내렸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노위는 징계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B은행 인사규정은 횡령 등 업무관련 범죄행위자에 대한 ‘징계면직’은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소명 기회를 부여한다. 아울러 포상 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징계를 감경하고 반성하고 정상 참작할 여지가 있으면 면직 대신 정칙 처분도 가능하다.

중노위는 실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업무관련 범죄행위자에 대해서는 이처럼 보호조치가 촘촘하게 규정돼 있는데 반해 회사와 경제적 이해관계가 없는 개인적인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곧바로 면직 처분하도록 한 규정은 소명의 기회나 개전의 정과 참작할 사정, 은행에 기여한 공로 등을 고려할 수 없고 면직 외에 대체할 처분이 전혀 없는 점 등에서 형평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B은행 측이 A씨가 형사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유죄 판결이 확정됐음에도 이를 회사에 알리지 않은 것은 ‘준법 및 윤리 준수 의무’를 위반한 만큼 근로계약을 계속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 또한 준법 및 윤리준수 서약서는 직무수행과 직장질서를 준수하겠다는 서약이어서 사적 영역에서 발생한 형사사건을 보고할 의무까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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