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국립영천호국원에서 재안장을 위해 수습된 국가 유공자의 유골함 모습. 습기를 막기 위해 쌓아놓은 비닐 안에 물이 고여 있다. (국가보훈부노조 제공)
국가보훈부가 관리하는 국립묘지에서 국가유공자의 유골함에 물이 가득 고이는 일이 발생해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국가보훈부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최근 국가유공자와 가족들을 모신 영천호국원을 비롯해 전국 국립묘지에서 유골함 내 물 고임, 묘역 침수 등의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영천호국원에서는 지난해 말 유족의 요청으로 유골을 재안장하는 과정에서 유골함 내에 물이 가득 고인 것이 발견됐다(아래 영상). 노조 측은 호국원이 유골함에 고인 물을 빼내고 일명 '오븐'이라고 부르는 실험용 건조 장비를 통해 유골을 말린 뒤 유족들에게 돌려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보훈부노동조합 관계자는 "유족들이 이관·이장을 원할 경우에 꺼내서 내어 드리는데 최근에 유골함을 열면 전부 물이 차 있다"라며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매뉴얼 등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짚었다.
더 큰 문제는 국립묘지 측이 이런 사실을 유족에게 고지하지 않고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보훈부노조는 '침수 사실을 은폐하지 말고 대책을 만들어 달라'고 보훈부에 요청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장된 유골을 재화장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고 실험실용 건조기를 통해 말려 내보낸 것도 국가유공자를 대하는 예우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2020년 광주광역시의 경우 폭우로 관내 추모관의 유골이 침수되자 재화장 뒤 안치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과거 지난 2021년 대전현충원에서도 매장된 참전용사의 유골함이 물이 가득 차 있는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유족들이 항의하자 대전현충원은 묘역 전반에 대한 물 고임 현상을 점검하고 배수시설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2022년 당시 국가보훈처(현 보훈부)도 '국립묘지 관리·운영 종합대책'을 마련해 묘역에 장마 등으로 인한 물 고임 발생과 지하수위가 상승하지 않도록 배수시설을 개선·보강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물이 고였던 유골함에서 수습된 국가유공자의 유골을 실험실용 건조기를 통해서 건조하는 모습(국가보훈부노조 제공)
하지만 국립묘지의 침수로 인한 물 고임 사례는 이후에도 반복됐다. 앞서 지난 5월 보훈부는 국립5·18민주묘지 2묘역 침수로 2023년 이래 유골함 3기가 침수된 사례를 확인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보훈부는 다시 배수 개선 공사와 유골함 밀봉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유골 침수와 관련해 보훈부 측은 "임실·영천호국원에서 안장되신 분을 원 외로 이장하는 과정에서 유골함 일부에서 습기가 발견된 사례가 있어 유족에게 상황 설명 후 건조하여 인계한 적이 있었다"라며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다만 보훈처는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분들께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묘역 관리에 더욱 철저를 기하도록 하겠다"라며 "묘역 배수 공사가 필요한 국립묘지가 있는지 점검하고 있고, 관련 예산을 확보하여 지속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골함을 매장하는 방식이 땅속 습기 등으로 구조적으로 물이 찰 수밖에 없는 구조라 이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1년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통해 유골함을 매장할 경우 내부에 습기가 고여 물이 차게 된다며 "현재 국립묘지 안장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독립·국가유공자들의 유해 상태 점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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