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바른이 지난 14일 개최한 ‘새정부의 개정 상법’ 세미나에서 이상훈(사법연수원 27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상법 개정을 이같이 규정했다. 그는 기업 현장의 우려와 달리 이번 개정을 주주권 보호를 위한 필연적이고 긍정적인 패러다임 전환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교수는 지난 2008년부터 주주충실의무를 최초로 주장해온 이 분야 권위자로 꼽힌다. 서울대 법대 졸업 후 제35회 행정고시와 제37회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10여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며 기업법무 등을 담당했다. 2015년부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14일 법무법인 바른이 개최한 ‘새 정부의 개정 상법’ 세미나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법무법인 바른 한승엽·임훈택 변호사, 장인환 고문,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영희 바른 대표변호사, 이민훈·박현중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바른)
이상훈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새 정부의 개정 상법 -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중심으로’ 주제 발표에 나서 “반대론자들은 상법 개정을 기술적인 규정 개정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며 “이는 굉장히 잘못된 접근”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존 프레임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옛날에는 회사라는 거대 담론, 절대선 앞에서 누구도 딴죽을 걸면 안 되는 것이었다”며 “소액주주는 철없는 어린아이나 삥 뜯는 깡패 이미지로 묘사되면서 항상 재판을 거의 졌다”고 했다.
이어 “정작 그 회사라는 것은 껍데기고, 뒤에서 모든 걸 컨트롤하는 사람은 총수일가”라며 “개정법의 프레임은 총수일가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을 정면으로 다루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주환원율 현실이 상법 개정 동력”
이 교수는 상법 개정의 배경을 구체적 수치로 제시했다. 그는 “기획재정부 발표를 보면 한국이 최근 10년간 주주환원율이 20%다. 미국은 92%인데 중국보다 더 못하다”며 “그럼 71%가 10년마다 어디로 갔냐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 계좌로 꽂힌 당기순이익을 주주한테 주는 확률이 29%밖에 안 된다는 것이 주주충실 출발의 국민적 공감을 얻게 되는 모멘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상훈 교수는 현금흐름할인법(DCF) 공식을 언급하며 주주가치 훼손 사례를 크게 3가지로 분류했다. 이 교수는 “첫째는 자본비용 미달 투자로 현금흐름 자체를 손상시키는 것. 예를 들면 회장님이 하라고 그러면 그냥 해야지 이런 식”이라고 했다. 또 하나의 경우는 합병, 분할, 신주발행으로 지분율을 바꿔버리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경우가 가장 치명적이고 영구적, 불가역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사회가 이해상충 해소 안 하고 문 걸어잠그고 자기들끼리 하거나 소송을 약화시키는 식의 해석이 세번째 경우”라고 설명했다.
◇“전체 책임조문 확대해석 필요”
이 교수는 현재 상법 개정이 제382조(의무조문)에만 ‘주주’를 추가한 것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무조문이 바뀌었으면 그 밑에 책임조문에도 다 주주가 같이 들어가야 한다”며 “권리구제가 발동이 안 되는데 의무조문만 넣어놓고 권리구제 수단은 하나도 쓰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향후 상법 개정의 범위를 줄이려는 축소해석론과 의미를 살리려는 확대해석론 간의 2라운드가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배임죄 적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 교수는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명문화되면서 ‘타인사무 처리자 아니다’라는 기존 논리가 약화돼 (배임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실무진들에게는 “재무와 법의 융합접근이 필수”라며 “회계전문가, 재무전문가와 반드시 융복합 협업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업 현장에선 우려…“책임추궁 사례 늘 것”
이날 세미나에서 ‘상법 개정안 내용과 기업 대응방안’ 발표에 나선 이민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즉시 시행), 감사위원 선임시 3%룰 강화(1년 후), 전자주주총회 의무화(2027년) 등 단계적으로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 범위가 더 커질 것”이라며 기업들의 백기사 확보, 감사위원 자격 강화 등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이동훈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는 이날 개회사에서 기업들의 현실적 고민을 전했다. 이 대표변호사는 “소액주주들의 이사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추궁 사례가 기존보다 큰 폭으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구개발, 인수합병 등 중장기적인 투자를 위한 정상적인 의사결정도 쉽게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실제로 최근 기업들이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제3자 배정, 자산 양도 등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거나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