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탁금 돌려줘" 체면구긴 전 국정원 차장…결국 대법으로

사회

이데일리,

2025년 7월 15일, 오후 04:36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유용한 혐의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민병환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재판 당시 공탁했던 돈 일부를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민 전 차장은 이같은 판결에 불복해 최근 상고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지난 2010년 9월 8일 오전 청와대에서 민병환 당시 국가정보원 2차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1부(재판장 노진영)는 민 전 차장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2심에서 민 전 차장의 항소를 기각했다.

민 전 차장은 국정원 재직시절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과 함께 정치 공작 공모 혐의로 2018년 기소됐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국가정보원 예산을 목적 외로 사용해 국고손실을 입혔다는 이유 등으로 민 전 차장의 범죄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 가운데 검찰은 1억7700만원대 국고손실 혐의로 민 전 차장을 추가로 기소했는데, 이 부분 역시 1심에서는 유죄가 나왔다.

그러나 민 전 차장은 1심 유죄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 법원은 1심 판결 중 검찰의 추가 기소 부분을 무죄로 뒤집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2021년 3월 1억 7700만원대 국고손실 부분은 무죄가 확정됐다.

그로부터 약 2년 뒤인 2023년 8월 민 전 차장은 자신이 국가에 공탁한 금액 총 1억원 중 공탁금 2800만원은 무죄가 확정된 공소사실과 관련된 금액이라며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지난해 6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민 전 차장은 항소를 제기했으나, 2심 법원 역시 지난 6월 국가가 공탁금을 반환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형사 사건에서 원고 측 변호인의 변론요지서에 국고손실금 1억7700만원에 대해 2800만원을 공탁한다는 내용의 기재가 있는 점에서 “해당 공탁은 이 사건 공소사실(추가기소 건)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려는 의사에 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한정해 2800만원을 공탁을 했다고 보기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시했다. 공탁금 2800만원이 무죄를 받은 혐의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단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탁자가 실수로 공탁했거나 공탁 사유가 사라졌다면 공탁자는 공탁물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때 공탁금을 받은 피공탁자는 당초 권리가 없었기 때문에 공탁금을 받아갔다면 이는 부당이득이 돼 다시 돌려줘야 한다. 다만 실수로 공탁한 경우란 공탁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때인데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 요건을 판단할 땐 공탁서에 적힌 사유를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2심 재판부는 이를 인용하며 “공탁요건을 갖추고 있는지는 공탁서에 기재된 공탁원인 사실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제출한 공탁서) 공탁원인 사실만으로 해당 공탁이 어느 공소사실에 대응하는 것인지 명확히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이 사건 공탁금은 원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공소사실의 피해 금액과도 정확히 일치하지 않아 공탁서에 기재된 공탁원인 사실만으로는 그 의도를 명확히 특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민 전 차장 측은 당시 공탁서 원인사실에 ‘공탁자는 공소사실을 부인하나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국가정보원이 입은 경제적 손실을 회복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피해 회복을 위해 위 금원을 제공하려고 했으나 피공탁자가 이를 거절하고 있으므로 공탁한다’고만 기재했다.

2심 재판부는 또 피해자 등이 공탁원인 사실을 통해 공탁의 내용과 목적을 알게 되기 때문에 이를 명확하게 기재해야 권리보호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공탁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더라도 이는 공탁자의 (공탁서) 기재 방식에 기인한 것으로서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결과”라며 “피공탁자가 국가라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민 전 차장은 국정원 재직시절 정치 공작에 가담하고 특활비를 유용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21년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2023년 윤석열 정부에서 신년 사면·복권됐고 그해 2월부터 대형로펌에서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한편 민 전 차장은 항소심 판결에도 불복하고 지난달 30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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