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은 이러한 콩팥의 기능 이상 또는 영상의학적인 구조적인 이상이 3개월 이상 지속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말한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국내 만성 콩팥병 환자 증가율은 세계 1위, 신규 환자 발생률은 세계 2위 수준이다. 고령 인구와 만성질환의 급속한 증가가 원인으로 2015년 17만여명이던 만성 콩팥병 환자는 2023년 32만여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윤혜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가 내원한 환자에게 만성콩팥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만성콩팥병은 원인이 되는 질환을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흔한 원인인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신염에 대한 치료를 신장내과 전문의와의 상의하에 진행하는 것이 좋다. 또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콩팥 기능의 저하로 여러 가지 합병증이 동반되는 만큼 빈혈, 대사성 산증, 고칼륨혈증 등의 합병증을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이 추가적인 콩팥 기능 저하를 지연시키고 다른 장기의 기능 저하를 억제할 수 있다.
윤혜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은 조기에 발견해 진행을 늦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자 치료법이다. 따라서 주요 원인인 당뇨병과 고혈압을 조기에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소변에서 단백질이 과다하게 나오는 단백뇨는 콩팥이 손상되었음을 나타내는 조기 지표이기 때문에 단백뇨가 나오는지 정기적인 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성콩팥병 관리에 있어 식습관 또한 중요한데 만성콩팥병 단계에 따라 염분, 단백질, 칼륨, 인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백질을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콩팥에 부담을 줘 콩팥의 기능을 더 빨리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적게 먹거나 피해야 할 것들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만성콩팥병은 병이 상당 부분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검사하지 않으면 말기콩팥병 직전에 도달할 때까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말기콩팥병은 만성콩팥병이 진행해 콩팥 기능이 거의 없어진 상태로 피로감, 식욕부진, 구역과 구토, 호흡곤란, 또는 몸이 붓는 증상이 동반된다. 말기콩팥병 상태가 되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투석 치료나 신장이식과 같은 신대체요법 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사 기증자로부터 신장기증을 받는 뇌사자 신장이식의 경우 이식까지 대기 시간이 오래 걸리며 그사이 투석 치료가 환자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 의료라 할 수 있다. 투석은 병원에 주 2~3회 방문해 받는 혈액투석과 집에서 환자 본인이 하는 복막투석 두 가지가 있다. 혈액투석 또는 복막투석 중 어떤 투석방법이 적합할지는 신장내과 전문의와 상의해서 결정한다. 투석 치료가 콩팥의 기능을 대체해 주긴 하지만 모든 기능을 대체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제약이 따르고 여러 합병증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장이식은 투석보다 신장의 기능을 더 많이 대체해 줌으로써 투석받는 경우보다 삶의 질과 생존률이 향상된다.
1969년 3월 25일 국내 첫 신장이식 이후 우리나라 이식 역사를 선도하고 있는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장이식팀은 다양한 기록들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초 신장·조혈모세포 동시이식 (2012년)뿐 아니라 혈액형 부적합 이식 400례(2023년), 최소절개 신장이식 100례(2024년), 신장이식 4000례 달성(2025년), 신장이식 후 40년 이상 생존 중인 국내 최장수 환자 기록 등이 그것이다.
신장과 타 장기의 동시이식, 이식 실패 위험이 높은 고도 감작된 (highly allo-sensitized) 환자의 신장이식 등 고난이도 수술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급성 거부반응 확률이 높은 환자들을 위해서는 안전하고 성공적인 이식을 위해 혈액 내 항체를 제거하는 탈감작 프로토콜을 구축하고 있다.
신장내과, 혈관이식외과, 비뇨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및 장기이식센터의 전문 의료진들이 유기적인 다학제팀을 구성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식 환자만을 위한 중환자실, 수술실, 병동, 외래 공간을 분리 운영해 환자와 기증자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윤혜은 교수는 “신장이식을 받은 이후 이식신장의 기능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 약제 복용을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내과적인 질환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신장이식 후 당뇨병이 새로 발병할 수 있는데 신장이식 후 당뇨병은 이식신장 기능부전과 심혈관질환의 발생과 연관이 있다. 또 신장이식 전 있었던 만성콩팥병의 미네랄·뼈질환이 신장이식 후에도 진행하거나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어 신장이식 환자의 골절 위험도가 일반인보다 높아진다. 신장이식 후 골절의 발생은 이식 신장 기능부전과 삶의 질 저하와 관련이 있다.
그러므로 신장을 이식받은 후에는 이식 신장 기능뿐 아니라 당뇨병과 뼈질환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 및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는 당뇨병과 골감소증 및 골다공증에 대한 주기적인 감시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 맞춤형 치료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