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부장판사는 이 회장과 이 전 대표에 대한 영장 발부 사유에 대해 “도망할 염려와 증거를 인멸한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 전 회장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이 사건 사기적 부정거래 범행에 대한 구체적인 역할 및 가담 내용, 그 실행행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 이로 인해 피의자에게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점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4일 이들 세 명을 포함한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겸 웰바이오텍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일 수사를 정식 개시한 후 처음으로 청구한 구속영장이다. 다만 이 부회장은 전날 오후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연락을 끊고 도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부토건 전·현직 임원 4명은 지난 2023년 5∼6월께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처럼 속여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주식을 매도해 총 369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들이 특히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을 계기로 현지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보도자료를 내 재건 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를 속였다고 본다.
삼부토건 측이 참가비를 냈음에도 포럼에 ‘초청됐다’고 홍보하고, 재건 사업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 등 보도자료에 허위 내용이 많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히 특검팀은 포럼 전후로 국외 사업 수주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점을 토대로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진지하게 추진할 의사가 없었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분류된 삼부토건은 그해 1000원대였던 주가가 2개월 뒤 장중 5500원까지 급등했다.
법원이 삼부토건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주가조작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의심을 받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김건희 여사를 향한 특검팀의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