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2024.8.2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충상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퇴임 전 본인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직원을 형사고발한 가운데, 해당 직원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가 1250여개 제출됐다.
18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에 따르면 이 전 위원에게 고발당한 직원 A 씨를 위해 전날(17일)까지 총 1252명이 탄원서를 작성했다.
인권위 내에선 이숙진 인권위 상임위원 및 직원 190명이 탄원서를 제출했다. 인권위 전 직원은 총 273명으로, 약 69.6%가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다.
인권위 밖에선 시민들로부터 탄원서가 1000개 넘게 작성됐다. 원민경·소라미 비상임 인권위원과 인권위 전 직원, 노동조합 활동가, 인권 단체 활동가, 학계 및 연구자, 일반 시민 등 1062명이 탄원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오는 21일 탄원서를 서울 중부경찰서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전 위원은 지난 2월 27일 인권위 직원 A 씨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중부경찰서에 고발했다. 이 전 위원은 고발 이틀 후인 3월 1일 면직됐다.
이 전 위원이 문제 삼은 것은 A 씨가 지난 2022년 12월 작성한 노란봉투법 의견 표명 관련 보고서였다. 보고서 내용에 기술된 내용 중 영국 노동쟁의 손해배상 사례가 문제가 됐다. 이 전 위원은 당시 내부망에 A 씨의 보고서가 편파적이라는 취지로 글을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징적인 건 A 씨가 이 전 위원의 직장 내 괴롭힘 논란 당시 피해자로 거론된 직원 중 한 명이란 점이다. 이 전 위원은 2023년 2월 윤석열 전 대통령 풍자만화 '윤석열차'와 관련한 진정 사건의 조사가 불공정하고 편파적이었다며, 사건을 담당한 직원을 내부 게시판에서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인권위는 직원의 인격권을 침해했단 진정을 받고 이 전 위원을 감사했고, 부적절한 언행으로 판단했으나 사건은 별다른 징계 없이 종결됐다.

국가인권위원회
노조는 차관급인 인권위 상임위원이 재직 중 괴롭힌 말단 직원 한 명을 형사고발한 건 2차 가해와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인권위 직원들이 보고서를 작성하고 업무를 보는 과정에서 인권위원과 인권위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탄원서에는 "고발인은 이 사건 노란봉투법 의견표명과 관련한 인권위 내부 논의 과정에서는 물론, 이후 인권위 내부 게시판, 언론 인터뷰 등에서 피탄원인을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범죄자로 취급하는 발언을 계속했다"며 "고발인의 도를 넘는 반복된 언사로 인해 피탄원인은 심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 빠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는 탄원서를 통해 "설사 고발인의 주장대로 피탄원인이 작성한 보고서에 외국 입법례 인용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다고 해도, 차관급인 상임위원이었던 사람이 직원의 실수나 착오에 불과한 행위를, 그것도 인권위를 사직하는 시점에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로 고발할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문정호 전공노 인권위지부장은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인권위 구성원과 일반 시민분께서 동참한 것은 인권위 직원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가 피해자를 형사 고발한 사실에 분노감이 들어 탄원서 작성에 동참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위원은 전날 '고발을 취하할 생각이 없냐'는 뉴스1의 질문에 "1000명이 탄원한다고 명백한 허위공문서작성죄가 허위공문서작성죄 아닌 것으로 바뀌지 않는다"며 "허위공문서작성죄가 아니면 다수가 탄원할 필요가 없는데, 허위공문서작성죄인 것을 다수의 힘으로 뒤집어 볼까 해서 탄원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