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알펜시아 헐값 매각 의혹' 최문순, KH그룹과 사전 공모 정황

사회

이데일리,

2025년 7월 18일, 오후 02:14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방해 혐의를 받는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가 대북송금·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배상윤 KH그룹 회장과 알펜시아 매각 공개입찰 전부터 조직적으로 공모한 정황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최 전 지사 측은 입찰 관여 의혹을 줄곧 부인해왔지만 알펜시아 입찰 전 KH 측을 낙찰자로 사전 선정하고, 강원도청 파견 공무원을 통해 입찰 가격 등 미공개 정보를 흘려주는 방식으로 KH그룹이 알펜시아를 헐값에 매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이다.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사진=뉴시스)
18일 이데일리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12쪽 분량의 공소장을 보면, 최 전 지사는 알펜시아 입찰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2020년 9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얏트 호텔에서 배 회장을 만나 알펜시아 매각에 관한 협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파견 공무원 실무자인 신모씨와 KH그룹 부사장 김모씨도 함께 했다.

최 전 지사는 같은 해 10월 3일 제1차 입찰공고가 예정돼 있음에도 KH그룹을 알펜시아 리조트 인수자로 미리 내정하고 강원도청 명의로 KH그룹과 ‘알펜시아리조트 및 그 인근 부동산에 관한 투자 및 개발 양해각서’를 비공개로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최 전 지사는 배 회장으로부터 투자예치금 명목으로 100억원을 강원도청 명의의 계좌로 납부받기도 했다.

앞서 최 전 지사 측은 지난 2023년 1월 입장문을 통해 “배 회장을 만난 것은 알펜시아가 KH그룹에 낙찰 직전이 아닌 낙찰 직후였다”며 입찰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알펜시아 리조트 전경. (사진=뉴시스)
알펜시아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를 위해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일원에 2009년 건설된 리조트로, 총사업비 1조6325억원이 투입됐다. 강원도개발공사가 운영을 맡았지만 부채가 1조원이 넘어 2020년 10월부터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강원도와 강원도개공은 알펜시아의 매각 대금으로 1조원을 책정했지만 4번의 공개입찰과 2차례의 수의계약 과정에서 거듭 유찰되며 매각 대금이 8000억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2021년 6월 최소 매각 대금을 7000억원까지 낮춰 5차 공개입찰이 진행됐고 KH강원개발과 평창리츠라는 2개 업체가 입찰보증금 약 350억원을 내고 인수전에 참여했다. 강원도개공은 7115억원의 입찰금을 써 낸 KH강원개발을 인수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평창리츠는 알펜시아 입찰 마감 하루 전 사명을 KH리츠에서 바꾼 곳으로, KH강원개발과 함께 KH의 계열사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입찰 담합 의혹이 제기됐다.

매각 대금이 1조원에서 8000억원까지 떨어진 배경에도 최 전 지사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무자 신씨는 배 회장 등과 함께 2020년 10월~2021년 3월까지 진행된 4차 공개 입찰까지 입찰과 유찰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매각 예정가격을 떨어뜨렸고, KH그룹에 알펜시아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8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신씨는 KH그룹 요구에 따라 알펜시아 인근 개발 가능한 부동산(약 38만9000평 규모)을 KH그룹에 매각해 독점개발권을 주기로 하는 등 KH그룹이 알펜시아 매입에 적극 뛰어들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KH그룹이 2021년 3월 가격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2021년 3월 6000억원의 인수의향서를 제출, 계약을 무산시키자 최 전 지사는 ‘추가 가격 인하 방법을 신속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최 전 지사는 이후 배 회장을 직접 만나 “KH그룹 요구대로 5차 입찰에서 추가로 10% 인하할 예정이니 7200억원에 입찰해달라”는 취지를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최 전 지사는 5차 입찰에서 KH강원개발의 단독 입찰에 따른 유찰을 방지하기 위해 허위로 평창리츠를 내세워 중복입찰을 통해 KH 측이 최종 낙찰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당시 최 전 지사는 KH계열사 2곳이 입찰에 참여한 것에 대해 “모든 과정이 끝난 뒤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사전에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었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입찰 시스템인 온비드에는 전혀 접근할 방법이 없다”고 개입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방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2022년 12월 27일 KH그룹과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에 대한 압수수색 나섰다. 사진은 검찰이 압수수색중인 서울 강남구 KH그룹 본사에 위치한 KH건설의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보성)는 지난 5월 30일 최 전 지사를 입찰방해 및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 전 지사의 첫 재판은 오는 7월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었지만, 기일이 오는 8월 22일로 변경됐다.

검찰은 해외 도피 중인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귀국하는 대로 최 전 지사와의 공모 혐의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알펜시아 의혹에 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2022년 6월 압수수색을 당한 뒤 해외로 도피한 배 회장은 최근 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오는 8월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북송금 의혹, KH그룹 주가조작 의혹 등에도 연루돼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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