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사진=뉴시스)
최 전 지사는 같은 해 10월 3일 제1차 입찰공고가 예정돼 있음에도 KH그룹을 알펜시아 리조트 인수자로 미리 내정하고 강원도청 명의로 KH그룹과 ‘알펜시아리조트 및 그 인근 부동산에 관한 투자 및 개발 양해각서’를 비공개로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최 전 지사는 배 회장으로부터 투자예치금 명목으로 100억원을 강원도청 명의의 계좌로 납부받기도 했다.
앞서 최 전 지사 측은 지난 2023년 1월 입장문을 통해 “배 회장을 만난 것은 알펜시아가 KH그룹에 낙찰 직전이 아닌 낙찰 직후였다”며 입찰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알펜시아 리조트 전경. (사진=뉴시스)
이후 2021년 6월 최소 매각 대금을 7000억원까지 낮춰 5차 공개입찰이 진행됐고 KH강원개발과 평창리츠라는 2개 업체가 입찰보증금 약 350억원을 내고 인수전에 참여했다. 강원도개공은 7115억원의 입찰금을 써 낸 KH강원개발을 인수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평창리츠는 알펜시아 입찰 마감 하루 전 사명을 KH리츠에서 바꾼 곳으로, KH강원개발과 함께 KH의 계열사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입찰 담합 의혹이 제기됐다.
매각 대금이 1조원에서 8000억원까지 떨어진 배경에도 최 전 지사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무자 신씨는 배 회장 등과 함께 2020년 10월~2021년 3월까지 진행된 4차 공개 입찰까지 입찰과 유찰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매각 예정가격을 떨어뜨렸고, KH그룹에 알펜시아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8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신씨는 KH그룹 요구에 따라 알펜시아 인근 개발 가능한 부동산(약 38만9000평 규모)을 KH그룹에 매각해 독점개발권을 주기로 하는 등 KH그룹이 알펜시아 매입에 적극 뛰어들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KH그룹이 2021년 3월 가격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2021년 3월 6000억원의 인수의향서를 제출, 계약을 무산시키자 최 전 지사는 ‘추가 가격 인하 방법을 신속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최 전 지사는 이후 배 회장을 직접 만나 “KH그룹 요구대로 5차 입찰에서 추가로 10% 인하할 예정이니 7200억원에 입찰해달라”는 취지를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최 전 지사는 5차 입찰에서 KH강원개발의 단독 입찰에 따른 유찰을 방지하기 위해 허위로 평창리츠를 내세워 중복입찰을 통해 KH 측이 최종 낙찰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당시 최 전 지사는 KH계열사 2곳이 입찰에 참여한 것에 대해 “모든 과정이 끝난 뒤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사전에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었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입찰 시스템인 온비드에는 전혀 접근할 방법이 없다”고 개입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방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2022년 12월 27일 KH그룹과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에 대한 압수수색 나섰다. 사진은 검찰이 압수수색중인 서울 강남구 KH그룹 본사에 위치한 KH건설의 모습. (사진=뉴시스)
검찰은 해외 도피 중인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귀국하는 대로 최 전 지사와의 공모 혐의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알펜시아 의혹에 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2022년 6월 압수수색을 당한 뒤 해외로 도피한 배 회장은 최근 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오는 8월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북송금 의혹, KH그룹 주가조작 의혹 등에도 연루돼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