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 등 장례 행사 몰릴 텐데…국립묘지 의전단 '파업' 나서는 이유

사회

뉴스1,

2025년 7월 20일, 오전 08:46

지난해 6월 국립영천호국원에서 열린 '2024년 6·25 전사자 발굴유해 합동영결식'에서의 의전단원들의 모습(자료사진) 2024.11.29/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국립묘지 장례 윤달에 멈출 수 있다"

국가유공자의 국립묘지 의전·안장·이관·봉송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직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국립묘지 장례 업무에 차질이 예상된다.

국가보훈부 소속 공무직 노동자들로 구성된 보훈부노동조합은 20일 파업 찬반을 묻는 투표를 진행한다.

보훈부 노조는 전국 국립묘지에서 근무하는 120명가량의 의전단원 처우 개선을 요구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파업을 의결하기로 했다. 1000명가량의 노조원 가운데 의전 단원은 90명 정도다.

의전단은 전국 국립묘지에서 안장·이장 및 각종 의전 행사를 맡고 있는 직종이다. 그간 재향군인회 산하 용역업체에서 파견 형식으로 운영되던 호국원 의전단은 2018년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공무직으로 전환됐다.

보훈부가 관리하는 영천·임실·산청·괴산·제주 호국원 5곳과 대전현충원까지 총 6곳에서 공무직 의전단이 근무하고 있다. 의전단원들은 본래 의전 업무만 수행했지만 공무직화 이후 이관, 안장, 행정 등의 업무도 함께 하고 있다.

특히 의전단원들은 유족으로부터 넘겨받은 유골을 국립묘지 규격에 맞는 유골함에 옮겨 담는 이관 업무를 담당한다. 유골을 직접 만지고 다뤄야 하기 때문에 기피하는 국립묘지 업무 중 하나다. 더불어 의전단원들은 직업 특성상 장례를 계속 치러야 하며 유족들도 직접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식비 이외의 별다른 수당도 지급되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제공되는 가족수당, 특수지근무수당, 교통비 지원 등도 제외된다.

지방 호국원에서 의전단으로 근무하는 A 씨는 "호국원이 전부 외진 곳에 있어서 출근할 때 100㎞ 정도 달리는데 교통비 지원이 전혀 없다"라며 "수당 자체가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8년 차 의전단원인 B 씨는 "사실상 취급은 용역과 다름없는데 호국원에 근무하는 공무원 수가 줄어들면서 민원·응대·행정 일부까지 맡아 업무가 늘어만 간다"라며 "3D업종 중의 3D업종"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가보훈부 노조는 윤달 기간인 오는 25일부터 8월 22일까지 전국 국립묘지 인력이 참여하는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노조에 소속된 의전단원 90여 명은 한 달간 파업 참여를 각오하고 있다.

2~3년마다 한 번 돌아오는 윤달에는 '탈이 없다'는 속설 때문에 이 시기에 이장, 개장, 화장 등 장례 행사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이에 국립묘지에도 장례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동조합이 업무에 제동을 건 것이다.

한진미 보훈부노조 위원장은 "젊은 직원들이 계속해서 퇴사하고 있다"라며 의전단원들이 국가유공자의 마지막을 모신다는 자부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보훈부는 예산 등의 문제로 노조 측에 처우 개선과 관련한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한편, 최근 보훈부 노조는 국립묘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산청, 제주, 영천 호국원 등에서 매장된 유골함에 물 고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보훈부는 유감을 표하며 관련 현상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설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copdes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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