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장지동 서울복합물류센터 내부 온도가 31도를 가리키고 있다. 2025.7.9/뉴스1 © News1 이정후 기자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태풍·폭우·폭염·폭설·지진 등 자연재해 상황에서 직원 스스로 판단해 작업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폭염 등 자연재해 상황 작업 거부 의견’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73.9%는 '직장인들에게 태풍·폭우·폭염·폭설·지진 등 자연재해 상황에서 직원들이 스스로 판단해 작업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응답한 이 가운데 20대(83.1%)와 프리랜서·특수고용(82.2%), 건설업(78.8%), 300인 이상 사업장(80.6%) 직원의 비율이 두드러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위 관리자급의 응답은 62.9%로 다른 직급보다 10%p가량 낮았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의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근로자 판단에 따라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고 있다.
구체적인 보호 기준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사업주의 구체적 보건 조치 사항 등을 추가해 마련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도 이달 11일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통과됐다.
고용노동부 폭염 온열질환 예방조치 5대 기본수칙에도 △시원하고 깨끗한 물 충분히 제공 △실내, 옥외작업 시 (이동식)에어컨, 산업용 선풍기 등 냉방 △통풍장치 및 그늘막 설치 △체감온도에 따른 휴식 시간 보장’(31°C 이상 적절한 휴식 △33°C 이상 2시간 이내 20분 휴식)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법 사각지대와 징계·해고·손해배상에 대한 두려움 등 문제로 실제 노동 현장에서는 이러한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급박한 위험'의 정의가 불분명하고, 작업 중지를 한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업자에 대해서 별다른 처벌 조항이 없다.작업 중지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보전할 방법도 마련돼 있지 않다.
직장갑질119는 "조치 의무가 택배와 배달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고, 휴게와 작업 중지로 인한 소득 손실, 건설 현장의 공사 기간 연장 문제에 대한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고용부는 폭염·한파 상황에서 사업주 조치 의무 위반 익명신고센터를 만들어 신고 접수 시 바로 현장 확인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다솜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작업중지권이 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노동자 스스로 권한을 행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폭염, 한파 같은 자연재해의 경우 당시의 기상 상황뿐만 아니라 사업장의 작업환경, 노동자 당사자의 신체·건강 조건에 따라 스스로 작업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였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