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오후 경남 의령군 대의면 일대 마을이 집중호우로 침수돼 소방대원들이 보트를 이용해 고립된 마을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제공)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경남 산청에는 지난 16일 자정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793.5㎜의 비가 내렸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 내린 전체 강수량이 1513.5㎜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 나흘 만에 1년에 내릴 비의 절반이 내린 셈이다.
이번 비는 산청이 있는 경남뿐 아니라 전남, 충남 등 남부지방에 집중됐다. 이 지역 누적 강수량은 △경남 합천 699㎜ △경남 하동 621㎜ △전남 광양 617.5㎜ △경남 창녕 600㎜ △경남 함안 584.5㎜ △충남 서산 578.3㎜ △전남 담양 552.5㎜다. 이들 지역 대부분 연 평균 강수량의 절반 가량이 이 기간 쏟아졌다. 여기에 장마가 끝날 시점에는 비구름대가 북상하면서 경기 북부와 강원 지역에도 폭우가 쏟아졌다. 이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경기 가평에서는 197.5㎜ 경기 의정부 178.5㎜ 등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새벽 한때 포천에서는 시간당 104㎜의 강한 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번 극한 호우가 내린 이유는 한반도 상공에서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장기간 충돌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북쪽 상공에 정체한 절리저기압이 차고 건조한 공기를 불어넣었고, 남쪽에서는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가 한반도에 머물며 고온다습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됐다. 두 공기가 오랜 시간 팽팽하게 맞서면서 극한 호우를 쏟아냈다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14명 사망, 12명 실종…전국 이재민 1.3만명 발생
비가 휩쓸고 지나간 곳에는 인명·시설 피해가 잇따랐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에서 14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실종됐다. 이날 새벽 시간당 76㎜가 쏟아진 가평에서는 산사태로 인해 2명이 사망했고, 4명이 실종됐다. 산청에서는 지난 19일 오후 1시 50분 전 군민인 2만여 명에 대해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망자 8명과 실종자 6명이 발생하는 것은 막지 못했다.
시설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공공시설은 1920건, 사유시설 2234건이 침수되거나 붕괴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상황은 현장 구조 활동에 따라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대본은 지난 극한호우 과정에서 전국 9694세대 1만3209명이 대피했다고 집계했다. 이 가운데 2752세대 3836명은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비가 그친 뒤에는 극한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 중심을 둔 북태평양고기압이 점차 확장하고, 한반도가 영향권 안에 들어가면서다. 여기에 한반도 서쪽에 위치한 티베트 고기압이 이중으로 한반도를 덮으면 지난해와 유사한 형태의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한낮 기온이 33도 이상으로 오르고, 남쪽에서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덥고 습한 날씨가 예상된다. 여기에 한반도에 남은 수증기와 한낮 기온이 올라 뜨거워진 공기로 인해 오는 22일까지 강한 소나기가 내릴 수 있어 지반이 약해진 지역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창재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장마 피해를 복구할 시기에 폭염이 이어지면서 야외작업을 할 때에는 온열질환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