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징역 200년"...친딸·의붓딸·처제 성추행, 고작 5년 [그해 오늘]

사회

이데일리,

2025년 7월 21일, 오전 12:01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징역 5년? 미국 같았으면 징역 200년짜리다”

6년 전 오늘, 어린 친딸과 의붓딸, 처제를 잇달아 추행하고 강간을 시도한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848명에게 ‘좋아요’를 받았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2019년 7월 21일 광주고법 형사1부 김태호 고법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당시 58세) 씨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김 씨가 이혼해 딸들과 따로 살고 있고 신상정보를 공개하면 피해자까지 알려질 우려가 있어 신상정보 공개는 명령하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재범 위험이 크다고 보고 5년간 신상정보 공개 및 8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김 씨는 2008년 재혼한 직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인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추행했다. 재혼한 부인과 낳은 친딸에게도 음란 행위를 강요하는 등 2015년까지 두 딸을 추행하거나 학대했다.

부인이 집에 없는 틈을 타 범행한 김 씨는 자녀들이 자신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고 엄마에게 말하면 폭행하기도 했다.

성관계를 거부한다는 이유 등으로 부인도 수차례 폭행했다.

김 씨는 2015년 3월부터 5월 사이 처제도 수차례 추행하고 강간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김 씨는 피해자들을 자신의 성적 요구 해소를 위한 대상으로 삼아 장기간 범행을 저질러 피해자들에게 정신적 충격과 큰 수치심을 줬다”며 “재혼 전에도 자신의 친딸들을 강간, 추행해 복였 했음에도 또다시 범행했다”고 질타했다.

김 씨는 과거 또 다른 친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2003년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김 씨의 반인륜적 범행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피해자들도 김 씨의 엄벌을 요구하고 있어 죄책에 상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폭행 사건은 최소 징역 3년 6개월에서 최대한 가중하면 22년 6개월까지 실형을 선고할 수 있다. 그러나 친족에 의한 강간에 대한 형량은 5년에서 8년이고, 최대한 가중해도 10년까지다.

반면 지난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4년 동안 친딸을 성폭행한 남성에게 징역 1503년이 선고됐다. 2020년 미국 또 다른 주에선 10년 동안 친딸과 의붓딸을 성폭행한 부부에게 각각 징역 723년과 438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선 친족 성범죄에 대한 최저 형량을 25년으로 강하게 두고 있다.

특히 한국은 가장 무거운 죄를 골라 최대 50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데 비해, 미국은 각 범죄에 정한 형량은 모두 더해 처벌할 수 있고 형량의 상한선도 없다.

친족 성폭력은 피해자가 어릴 때부터 보호자인 가해자가 범행을 저지른다는 특성 때문에 범죄 기간보다 형량이 적은 경우가 많다.

실제로 40년간 딸을 성폭행하고 임신시켜 낳은 손녀이자 딸에게도 10살이 되기 전부터 성폭력을 행사한 70대 남성이 지난 4월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미국이었다면 1000년이 넘는 형을 살았을 범죄다.

지난해 한국성폭력상담소 분석 결과, 만 19세 미만 성폭력 상담 피해자 198명 중 친족 성폭력 피해자는 74명으로 가장 많았다. 신고조차 하지 않은 친족간 성범죄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 같은 단체의 지난해 상담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친족 성폭력 피해 상담자의 절반 이상이 공소시효가 지난 후에야 상담을 받았다. 13세 이상 19세 미만 미성년자가 친족 성폭행을 당했을 때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7년까지다.

22대 국회에선 친족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해 처벌 가능성을 높이자는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다만 관계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 검토’ 입장을 밝혔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보고서 ‘이슈와 논점: 미성년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 적극 검토해야’를 통해 “형평성을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친족 성폭력의 은폐 가능성과 피해자의 신고 지연 등 구조적 문제를 간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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