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교제폭력 대응 매뉴얼' 배포…스토킹처벌법 적극 적용한다

사회

이데일리,

2025년 8월 10일, 오후 07:11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A씨와 B씨는 연인 관계지만 폭행·말다툼으로 인한 112 신고가 10차례 이상 반복 접수됐다. 그때마다 B씨는 경찰에 “술을 마시면 난폭해지긴 해도 평소엔 괜찮다”며 “계속 교제하고 있기 때문에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과거에는 교제폭력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같은 사례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지만 앞으로는 처벌·피해자 보호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경찰이 ‘교제폭력 대응 종합 매뉴얼’을 내놓으며 이같은 경우에도 적극 처벌·보호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경찰은 위와 같은 사례를 ‘반복 폭행’으로 보고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상습폭행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제작·배포한 매뉴얼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여전히 교제 중이더라도 폭행 당시 112신고가 있었다면 ‘의사에 반한’ 행위로 판단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해석이 담겼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경찰청은 교제폭력과 스토킹 범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전국 경찰서에 공통으로 적용할 ‘교제폭력 대응 종합 매뉴얼’을 제작·배포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최근 화성·대구·대전 등에서 연이어 발생한 교제살인 사건으로 국민 불안과 대책 요구가 높아지자, 피해자 보호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대응 기준을 세부화한 것이다.

매뉴얼의 핵심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스토킹처벌법’을 적극 적용하는 방안이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 등 행위를 하고 △불안·공포심을 유발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경찰은 그간 쟁점이 됐던 성립 요건에 대해 “폭행 발생 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거나 교제를 지속하더라도, 당시 112 신고를 했다면 ‘의사에 반한 것’으로 본다”는 등 구체적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만남 중이라도 폭행 목적의 접근은 ‘의사에 반한 별도의 접근’으로 인정 △폭행 당시 112 신고했다면 이후 교제를 이어가도 불안·공포심 인정 △지속·반복 우려만으로도 긴급 접근금지 가능 등으로 해석했다. 이를 통해 일회성 폭행에도 현장에서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접근금지 조치를 발동할 수 있어 피해자 보호 수단이 강화된다.

경찰은 이같은 해석을 마련하기 위해 법무부와 협의하고 실제 사례를 대검찰청과 공유해 법률 해석의 전국적 통일성을 도모했다. 예컨대 △교제 중 반복 폭행은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상습폭행으로 처벌할 수 있고 △물병 등을 이용한 위협은 특수폭행으로 △휴대전화 무단 열람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을 적용하는 등 법률 조항을 폭넓게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매뉴얼은 경찰대학·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한국여성변호사회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 제작됐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는 “교제폭력을 규율하는 별도의 법이 없는 상황에서 스토킹처벌법상의 보호조치 법률적용을 고려한 점이 타당하고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조주은 경찰청 여성안전학교폭력대책관은 “교제폭력 입법 전에도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없도록 마련한 성과”라며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대응이 한층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내달 11일 국회에서 ‘교제폭력 대응 국회 세미나’를 열고 이번에 제작한 매뉴얼·대응 방향을 공유할 예정이다. 세미나에서는 교제폭력의 특성과 경찰 개입 방안, 입법화 필요성과 도전 과제, 교제살인 분석 등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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