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의 어머니인 장연미 씨. 2025.4.1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고(故) 오요안나 씨의 1주기인 15일 MBC가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유족과 시민단체 등이 "고인을 두 번 죽이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MBC는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를 도입해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며 "연말 또는 내년 초 일반 공개채용을 통해 선발하며, 기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들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과 시민단체 등은 "MBC 발표는 고 오요안나 캐스터의 노동자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어머니가 제2의 오요안나를 막기 위해 기상캐스터 정규직화를 위해 단식했는데, 단식의 결과가 오요안나의 동료들을 MBC에서 잘리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오늘 안형준 사장과 MBC 사측이 농성장을 방문했을 때 한 마디도 꺼내지 않다가 시민사회단체가 추모제를 여는 시간에 맞춰 보도자료를 냈는데 이는 유족과 시민사회를 철저히 무시하고 기만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고인의 어머니인 장연미 씨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상암 MBC 단식농성장 앞에서 오요안나 씨의 1주기 추모제를 진행했다. 장 씨는 8일째 단식 중이다.
장 씨는 "기상캐스터 선배들의 괴롭힘에 시달렸던 요안나가 기상캐스터 담당 MBC 국장에게 괴롭힘을 호소했다"며 "하지만 MBC는 이 문제를 외면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요안나가 MBC 정규직이었다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면, MBC가 요안나를 보호해줬다면 우리 요안나가 목숨을 끊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2의 오요안나를 막으려면 기상캐스터를 정규직으로 바꿔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MBC 측에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입장 표명 △명예 회복과 예우 △비정규직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 △MBC 자체 진상조사 결과 공개 등을 요구했다.

고(故) 오요안나 씨의 1주기인 15일 안형준 MBC 사장이 단식농성장을 찾았다. 2025.09.15/뉴스1(직장갑질119 제공)
앞서 이날 오전 11시 30분쯤에는 안형준 MBC 사장이 단식 농성장을 약 30분 동안 방문했다. 안 사장은 장 씨에게 "건강이 염려되니 단식을 중단하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안 사장은 오요안나 씨의 근로자성 인정에 대해 "고용노동부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답했다. 기상캐스터 정규직화에 대해서도 "기상캐스터 계약이 연말에 끝난다. 그 전에 결정하기 어렵고, 재계약 시기에 맞춰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며 사실상 정규직화를 거부했다.
안 사장은 비정규직 전수조사에 대해서도 "현재 비정규직 전수조사 중이니, 결과를 보고 판단하라"고 답했다.
유족 측은 안 사장이 "3대 요구안에 대해 실질적이고 진전된 내용을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 씨는 "고용노동부 뒤에 숨어서 회사가 면피하고 있다"며 "아직 회사에서 우리 요안나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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