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학자 통일교 총재. (사진=통일교)
특검팀은 지난 8일과 11일, 15일 세 차례 한 총재에게 출석을 통보했으나 한 총재는 심장 시술에 따른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불응했다. 이후 한 총재는 오는 17일이나 18일 자진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특검은 한 총재의 의사와 관계없이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고 만약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을 때에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할 수 있다.
한 총재 측은 체포 위기가 현실화하자 출석일을 17일로 못 박으며 수사에 협조할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 총재의 자진 출석과 관련해 “피의자 측에서 알아서 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우리가 필요한 조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인 만큼 (실제로 출석한다면) 조사를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여지를 남겼다.
한 총재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와 공모해 2022년 1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4∼7월에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서희건설(035890) 매관매직 의혹과 관련해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특검팀은 함 원장을 상대로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이 김 여사와 인연을 맺은 경위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함 원장은 2022년 3월 이 회장이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등 귀금속을 선물하며 맏사위인 검사 출신 박성근 변호사가 공직에서 일할 기회를 달라는 취지로 청탁한 자리에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회장이 김 여사에게 목걸이 등을 건네는 것은 보지 못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박 변호사는 그해 6월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특검팀은 지난 7월 26일에도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을 규명하고자 함 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바 있다.
한편, 특검팀은 박창욱 경북도의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살펴 재청구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2일 박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공천을 받도록 힘써달라는 청탁과 함께 전성배씨(구속기소)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전씨 공소장에 따르면 박 의원은 공천이 확정되자 그해 5월 10일 전씨에게 한우 선물세트를, 같은 달 18일에는 현금 1억원을 각각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당시 전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일한 데다 이후에도 여러 정치 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점 등으로 미뤄 사실상 ‘정치활동을 한 사람’으로 봤다.
하지만 법원은 “본건 혐의 사실의 금품을 받은 사람(전씨)이 정치자금법상 ‘그 밖에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사실관계 및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전날 영장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