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사퇴 압박에 법원 '술렁'…"사법부 독립 우려"

사회

이데일리,

2025년 9월 16일, 오후 07:40

[이데일리 송승현 백주아 최오현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사법부 때리기’ 노골화하고 있는 가운데 현직 판사들은 “착잡하다”는 반응이다. 아직까지는 전국법관회의 소집 등 단체 목소리를 낼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대통령실까지 비판에 간접적으로 나서는 등 사법부 독립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짙다.

여권에서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16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은 추미애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근 조 대법원장이 전국 법원장 회의를 소집해 사법 독립을 주장하면서 내란 전담 재판부를 거부하고 자신을 엄호하고 있다”며 “작금의 사법 불신을 초래한 상황에 대해서는 집단 자성도 없다”고 연일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 입장을 지속해서 내고 있다. 전날에는 정청래 대표가 “조 대법원장은 이미 법원 내부에서 신뢰를 잃었고 대법원장직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편향적이라는 법원 내부의 평가가 있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민주당의 ‘사법부 때리기’에 기름을 부은 건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며 “최고 권력은 국민주권, 그리고 직접 선출 권력, 간접 선출 권력”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직접 선출 권력은 입법부를, 간접 선출 권력은 사법부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날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대통령실은 대법원장의 거취에 대해서 논의한 바 없고 앞으로도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진화하고 나섰다.

법조계에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대법원장이 정치권 등 외부 압력에 의해 사퇴한 전례는 없는 만큼 민주당의 목소리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민주화 이후 현직 대법원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공당 전체가 사퇴를 요구한 일이 있었나 싶다”며 “결코 좋지 못한 모습”이라고 경계했다.

정부여당의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법원 내부도 술렁이고 있다. 민주당의 이번 압박 기조를 시작으로 매 정권 반복될 수도 있단 우려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장 임기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것인데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거취를 압박하는 식의 요구가 반복되면 재판 독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파기환송 여파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데 결국 파기환송 역시 법관의 판단이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면 절차대로 해야 한다”며 “사법부가 신뢰를 잃은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정치권의 대응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지귀연 부장판사를 특정해 공격하는 건 사법부 독립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지 부장판사를 교체해야 한다는 건) 결국 원하는 판사를 골라서 재판하겠다는 것인데 피고인 입장에서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며 “그로 인한 혼란을 정치권이 수습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다만 전국법관회의 소집 건의나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성토의 글이 올라오는 등 집단화의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부분 안타까워하는 건 맞지만, 현직 판사들이 중지를 모아야 한다는 분위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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