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검암동 인근 수도권매립지 모습 2024.5.10/뉴스1 © News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지방 매립지에서 나오는 메탄이 수도권보다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동안 정부의 공식 통계에 반영되지 않아 온실가스 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대전 대덕구)과 기후싱크탱크 기후솔루션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계 위성추적단체 '카본 매퍼'를 통해 위성 관측과 현장 실측을 통해 지방 매립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적한 결과, 수도권 매립지보다 많았으며 실제 배출량은 공식 통계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폐기물 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대부분은 메탄이며, 전체 폐기물 부문 배출량 중 64%가 매립 과정에서, 나머지는 소각 등에서 발생한다. 특히 매립지에서 배출되는 메탄은 폐기물 부문 메탄의 92%를 차지한다. 수도권 매립지는 포집 설비와 발전시설을 갖춰 가스를 에너지로 활용하고 있으나, 지방 매립지는 대부분 이런 시설이 없어 메탄이 그대로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광주·부산 등 지방 매립지의 단위면적당 메탄 배출량이 수도권보다 월등히 높았다. 예를 들면 광주 광역위생매립장은 시간당 최대 1468㎏(평균 975㎏), 부산 생곡매립장은 시간당평균 772㎏을 배출해, 수도권매립지의 최대 배출량(763㎏)과 평균 배출량(562㎏) 모두 웃돌았다. 규모는 작지만 관리가 느슨한 지방 매립지에서 더 많은 메탄이 새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경기도 내 두 곳의 매립지를 4개월간 실측한 결과, 현장 배출량은 기존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추정보다 1.5~2.3배 많았다. 이는 현장 실측과 모형화 과정에서의 불확실성 문제, 그리고 지방 매립지의 메탄 배출이 과소평가돼 왔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관리 체계의 부재다. 수도권 매립지는 공기 주입·가스 포집 등 준호기성 설비가 운영되고 있지만 지방 매립지는 설치 의무조차 없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청은 "도내 지방 매립지가 준호기성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후솔루션과 박진규 안양대 환경에너지공학과교수팀이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실제 운영 방식은 설계 도면과 달랐고 준호기성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곳이 다수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연구진은 "준호기성 여부는 도면이 아니라 실제 공기 흐름과 주입 상태 등 현장 작동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방 매립지는 중소규모가 많아 설비 투자 여력이 부족하고 지자체 기술 역량도 제한적이다. 상당수는 여전히 '공기 없는 상태'(혐기성)로 운영되며 메탄을 대량 배출하는 상황이다.
해법으로는 준호기성 전환이 거론된다. 공기를 주입해 혐기성을 줄이면 메탄이 이산화탄소로 전환돼 감축 효과가 커진다. 국내외 분석에서는 메탄 감축률이 최대 96%까지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 교수팀은 지방 매립지에 준호기성 방식을 현실적으로 적용할 경우 실제 메탄 배출을 절반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폐기물 부문의 2030·2035 NDC 감축 목표 달성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지방 매립지를 준호기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매립지 내 열 축적 감소, 침출수 처리 효율 향상 등의 부수 효과도 언급했다.
박정현 의원은 "지방 매립지 메탄은 국가 감축목표 달성의 숨은 방해요인"이라며 "정부가 전국 매립지 전수조사와 시범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상현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2026년부터 수도권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면 지방 매립지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수도권 중심으로 설계된 현행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교수팀은 준호기성 기준 자체가 없다는 점을 근본 문제로 지적했다. 박 교수는 "설계가 준호기성이라도 파이프 직경이 좁아 실제 공기 주입이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있다"며 "매립지 운영 방식을 전수 조사하고 현실적인 준호기성 기준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탄은 대기 중 미량이지만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가스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에 따르면 메탄의 단기 온난화 효과는 이산화탄소의 약 84배다. 대기 중 수명은 짧지만 그 기간 동안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메탄 감축을 '가장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기후 대응 수단'으로 평가한다.
ac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