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본부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 구조대원들이 구조 길을 트고 있다.(소방청 제공)
"처음 구조대원들이 현장 인명 검색 중에 '팔이 낀 환자가 한 명 있는데, 팔이 빠지지 않는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이후 여러 구조대원이 번갈아 들어가 손으로 흙과 잔해를 파내며 조금씩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5호기 붕괴 사고 현장에 투입됐던 울산소방본부 재난대응과 구급팀 전우주 소방장의 말이다.
16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2시 2분께 울산화력발전소 5호기(가로 25m·세로 15.5m·높이 63m)가 무너져 현장에 있던 작업자 9명 중 7명이 매몰됐다. 사고 9일째인 14일, 마지막 남은 매몰자의 시신이 수습되면서 매몰자 7명 전원이 사망했다.
매몰자 중 한 명은 6일 오후 3시 14분 발견됐다. 현장에서 직접 구급 활동을 벌였던 전우주 소방장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당시에는 비좁은 공간과 진동으로 인한 추가 붕괴 우려로 장비를 사용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전 소방장은 "구조대원들이 손으로 직접 주변을 파내고 철제 구조물을 치우는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갔다"며 "그렇게 공간을 확보하는 데만 1~2시간이 넘게 걸린 것으로 기억된다"고 설명했다.
당시 매몰자는 생존해 있었고, 구조대는 추가 붕괴 위험 속에서도 움직일 수 없는 환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잔해를 치웠다. 그는 "환자가 생존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장비를 무리하게 사용할 수 없었다"며 "필요한 장비 일부는 투입했지만, 대부분의 작업은 손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수색작업이 이어지던 오후 6시께 환자가 호흡 곤란을 호소하자 전 소방장은 구조대원과 함께 현장 안으로 들어가 상태를 직접 확인했다.
그는 "환자의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니 다소 낮게 나와 산소를 투여했다"며 "휴대용 산소 장비라 오래 버티지 못해, 중간에 용기를 교체하기 위해 다시 나갔다 들어와야 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며 환자는 팔뿐 아니라 다리에도 통증을 호소했다. 전 소방장은 "구조대원들이 진통제를 줄 수 없겠냐고 요청해 현장 의사로부터 의료 지도를 받아 1차 진통제를 투여했고, 밤 12시쯤 한 차례 더 투여했다"고 설명했다.
전 소방장이 환자를 처치하는 동안에도 구조대원들은 '조금만 더 힘내시라', '같이 나가자'며 계속 말을 건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인근 특수구조대원들까지 합류해 구조 작업을 이어갔다.
그는 "조금씩 팔이 움직이는 듯한 반응이 보여 '이제 됐다'고 말했지만, 생각과 달리 팔이 무너진 구조물에 더 깊숙이 끼어 있었다"며 "구조를 시도할 때마다 잔해 속 상황이 달라졌지만 조금만 더 하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작업을 이어갔다"고 했다.
그러나 환자는 갑작스럽게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전 소방장은 "당시 저는 잠시 다른 위치에 있었는데, 그 소식을 듣고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다"며 "도착했을 때는 구조대원이 이미 심폐소생술(CPR)을 시행 중이었고, 제가 인계받아 앰부백으로 산소를 공급하며 CPR을 이어갔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13시간이 넘게 이어진 사투 끝에도 매몰자는 7일 오전 5시께 숨졌다. 그는 "영상 의료지도를 통해 사망 판정을 받는 순간, 현장에 있던 모든 대원들의 얼굴에는 깊은 안타까움이 드러났다"며 "환자의 숨결과 체온을 느끼며 '살릴 수 있다'는 믿음으로 버텨왔기에 상실감이 컸다"고 했다.
9일 오전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현장에서 수습된 매몰자를 병원 이송전 소방대원들이 고인에 대한 예우를 갖추고 있다. (소방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9/뉴스1
한편 현장에서는 구조대원들의 사투와 더불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방 긴급심리지원단의 노력이 이어졌다.
찾아가는 상담실의 전문상담사와 소방동료상담사로 구성된 긴급심리지원단은 현장에 상주하며 주·야간 교대근무를 통해 대원들의 심리 안정을 돕고 회복을 지원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소방공무원 100명과 민간인 1명 등 101명이 심리지원을 받았다. 긴급심리지원단은 극한의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한 대원들이 흔들림 없이 구조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곁을 지켰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장 출동대원 전원을 대상으로 긴급심리지원을 이어가고, 필요 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병원 진료 연계 및 진료비 전액 지원을 통해 대원들의 심리 회복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hj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