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불청객인 빙판길 낙상이 노년층의 척추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젊다면 가벼운 타박상으로 끝날 사고가, 뼈가 약해진 노인에게는 척추가 주저앉는 ‘압박골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단순 골절보다 진단받지 않은 골다공증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 알아채지 못한 골다공증, 연쇄 골절의 ‘도화선’
척추 압박골절은 고관절 골절, 손목골절과 함께 대표적인 골다공증성 골절로, 척추뼈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납작하게 무너지는 질환이다. 특히 골밀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70대 이상 여성에게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심한 경우 침대에서 자세를 바꾸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만으로도 뼈가 부러질 수 있다.
문제는 한 번의 골절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골절로 인해 척추의 정렬이 무너지면, 주변 척추뼈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져 추가적인 연쇄 골절(Adjacent fracture) 위험이 급증한다. 허리가 앞으로 굽고 키가 줄어드는 등 신체 변형과 함께 만성 통증의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50세 이상에서 발생한 골다공증성 골절은 2022년 기준 약 43만 4천 명으로, 2002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2배 이상 높으며, 50-60대에는 손목과 발목 골절이 많지만, 70대 이상에서는 척추와 고관절 골절 비율이 급증한다. 이는 높은 골다공증 유병률과 직결되며, 국내 70세 이상 여성 약 70%, 남성 약 20%가 골다공증에 해당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부분 환자가 골절을 겪고 나서야 골다공증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국제골다공증재단(IOF) 역시 첫 골절 예방보다 ‘두 번째 골절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 예방이 최선의 치료…“뼈 나이, 관리하기 나름”
척추 압박골절이 발생하면 통증 조절과 보조기 착용 등이 필요하며, 일부의 경우 ‘척추성형술(Vertebroplasty)’과 같은 시술로 부러진 뼈를 안정시킨다. 하지만 이는 이미 벌어진 결과를 수습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골다공증의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관리다.
전문가들은 ▲폐경 이후 여성 ▲70세 이상 남성은 증상이 없더라도 1~2년에 한 번씩 골밀도 검사(DXA scan)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칼슘(하루 1000mg) 및 비타민 D(800IU 이상) 보충과 함께, 비스포스포네이트나 데노수맙 등의 골흡수억제제, 또는 테리파라타이드, 로모소주맙 등의 골형성촉진제와 같은 전문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재골절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 일상 속 ‘움직이는 보호대’ 근육, 낙상 막는 안전장치
뼈 건강을 지키는 또 다른 핵심은 ‘근육’이다.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은 낙상을 예방하며, 낙상시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근력 강화는 골다공증성 골절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이와 함께 밑창이 미끄럽지 않은 신발 착용,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지 않기, 욕실 미끄럼 방지 매트 설치 등 생활 속 작은 습관이 골절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가 된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낙상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그간 방치해 온 뼈 건강의 ‘성적표’와 같다고 입을 모은다. ‘소리 없는 뼈도둑’으로부터 건강한 노년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