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7월 1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의료급여 제도개선 시민단체’ 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간주부양비는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그 일부를 실제 지급 여부와 관계 없이 부양비로 인정해 급여에서 공제하는 제도다. 예컨대 의료급여를 신청한 부모의 자격을 판단할 때 자녀가 일정 소득이 있으면 그 소득의 일부를 부모에게 지원한 것으로 간주해 부모의 소득에 포함하는 방식이다. 지난해까지는 자녀가 아들이면 30%를, 딸이면 15%를 반영했으나 올해는 이를 일괄 10%로 낮운 상태다.
제도 현실화를 위해 조정돼온 간주부양비가 폐지 수순에 들어간 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손질하는 첫 단계로 평가된다. 이재명 정부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간소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으며 생계급여의 경우에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노인·중증장애인 가구에 한해 2027년부터 생계급여 부양의부자 기준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부모나 자녀의 연소득이 1억 3000만원 이상이거나 재산이 12억원을 넘으면 수급이 제한된다.
일각에서는 간주부양비 폐지를 계기로 부양의무자 기준 자체를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윤민 국립창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양의무자 기준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속적으로 지적돼왔다”며 “사회 구조 오류에서 발생하는 빈곤 문제의 해결 책임을 가족과 개인에게 전가한다는 문제가 있는데도 결국 기준을 폐지할 수 없는 건 예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의료·돌봄 분야 지출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초생활보장제도 전반에 대한 재정 부담은 커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보장 장기 재정추계 통합모형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급여는 올해 13조 5000억원에서 2050년 63조 9000억원으로 약 5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생계급여 재정도 11조 5000억원에서 22조 4000억원으로 증가한다는 추계가 나왔다.
복지부는 현재 부양의무자 기준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며 각 급여별 제도 개선에 따른 재정 소요와 수급자 규모 등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발표되는 제4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7~2029년)에는 기준 추가 완화 여부, 대상 범위 및 시기 등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양의무자 제도를 단계적으로 조금씩 완화해나가는 게 현재 국정과제의 목표”라며 “비수급 빈곤층을 커버해 보장성을 강화하면서도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재정 관리,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한 영역 조정 등 다각적 측면을 고려한 신중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