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검사 만드려는가"…법조계, 검사장 징계 추진에 전방위 비판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1월 17일, 오후 05:58

[이데일리 송승현 백주아 기자] 정부가 대장동 민간업자 1심 판결 항소 포기를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일선 지검장 18명에 대해 평검사로의 인사조치를 검토하자 법조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조치가 정치검사를 넘어 ‘충성검사’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며 날 선 반응이 나온다.

17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전국 보호기관장 회의에 정성호 장관이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사장 18명 평검사급 보직…법무부 ”징계 아냐“ 해석 논란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한 18명의 일선 지검장을 대검검사급(고검장·검사장급) 보직이 아닌 평검사급 보직으로 인사 조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박재억 수원지검장,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등 지검장 18명은 검찰 내부망을 통해 대장동 항소를 포기한 당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비판성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청법 6조에 따르면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 두 종류로만 구분되나 통상적으로 검사장·고검장급은 대검검사급, 부장·차장검사급은 고검검사급으로 구분돼 보직을 맡아왔다. 검찰 관례상 그동안 검사장급으로 승진한 이들은 이후 인사에서도 검사장급인 대검검사급 보직을 맡아왔는데, 평검사로의 인사 조치를 단행하겠단 것이다.

다만 법무부는 이같은 조치가 설령 이뤄지더라도 ‘징계 또는 강등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통상 검사장 승진한 이들이 이후에도 계속 검사장급인 대검검사급 보직을 맡는 건 법률로 정해진 게 아닌 관례이기 때문이다. 실제 대통령령인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 제1조에 따르면 ‘검찰청법에서 10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요구하는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를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대검검사급을 맡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법조 경력이 필요할 뿐 꼭 검사장급이 맡아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게 법무부 해석이다.

그럼에도 검찰 내부에서는 징계성 조치라며 불만을 내고 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검사장 18명을 한꺼번에 징계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조치인지, 사실상 조직을 뒤흔드는 조치인데 설마 그렇게까지 무리한 징계를 할 것인지 믿고 싶지 않아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날 박재억 수원지검장은 관련 논란으로 인해 사의를 표명하는 등 검찰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검찰 내부 반발에도 불구 노 대행 사퇴 이후 임명된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의 관련 질의에 침묵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이날 오전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통해 “무엇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고민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구자현 신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첫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비판이 집단 항명?”…퇴직 검사·변호사들 일제히 반발

법조계에서는 법무부의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당장 퇴직검사들은 정부여당을 향해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어느 회사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의사 개진을 집단 항명으로 프레임화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어렵다”며 “사실상 강등인 인사 조치는 공무원에 대한 독립성을 현저히 침해하는 처사로 사실상 모든 공무원들을 정부에 종속시키는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전직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도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은 그 어떤 검사가 보더라도 정상적이지 않았고 그걸 비판하는 건 응당 검사라면 해야 하는 일이었다”며 “검찰개혁 역시 결국 말 잘 듣는 검찰을 만들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부터 검사장에 대한 사실상 ‘징계성 인사 조치 검토’까지 비(非) 검찰 출신 변호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는 마찬가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장동 항소 포기를 결정한 노 대행이 오히려 책임을 져야 할 것이지, 같은 법조인으로서 항소 포기 결정은 지금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당장 윤석열 정부에서 같은 결정을 했다면 여당이 수긍할 것인지, 헌법과 상식에 기초한 것이 아닌 결국 내 말 듣지 않기 때문에 징계하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진보 정권 시절 공직에 몸담은 바 있는 변호사도 “검찰의 지난 행태에 대해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알겠지만 같은 모습으로 보수 정권에서 줄곧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임은정 검사장 역시 정치중립을 위반한 것인가”라며 “정치검사를 넘어 충성검사를 만드려는 것인지 누가 봐도 과격하게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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