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만큼 힘들어” 쌍둥이 아빠 사망케 한 가해자 가족의 말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2월 15일, 오후 10:30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내년 5월 출산을 앞둔 예비 쌍둥이 아빠를 치어 사망케 한 50대 만취 운전자의 가족이 해당 사건에 대해 “우리도 피해자만큼 힘들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7일 오후 경기도 양주에서 인도로 돌진한 음주차량에 숨진 이종희 씨 사건을 방송한 JTBC 사건반장 측에 가해자 가족이 항의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지난 12일 JTBC ‘사건반장’의 진행자 양원보 기자는 지난 10일자 ‘사건반장’에 보도된 음주 운전 사망사건과 관련해 가해자 가족에 사과를 전했다. 해당 방송이 보도된 후 가해자 가족이 여러 차례 항의를 해왔기 때문이다.

양 기자는 “방송에서 유족에게 너무 감정이입을 했던 나머지 가해자 가족의 상실감과 아픔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정말 죄송하다”며 “사과를 드리는 만큼 민원실에는 그만 전화를 주셨으면 한다. 제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를 전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10월 7일 오후 8시쯤 경기도 양주시 옥정동에서 발생했다. 이날 이종희(35) 씨는 친구들을 만나고 귀가하던 중 인도로 돌진한 차량에 치였고,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사망하고 말았다.

가해 운전자 50대 A씨는 명절을 맞아 모임을 한 뒤 만취한 채 식당에서 나와 차를 몰아 곧 인도로 올라가 700~800m를 질주하다 이 씨를 덮쳤다. 당시 차량 앞부분이 크게 찌그러질 만큼 큰 충격이 가해졌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 직후 경찰은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0.08%) 수준보다 2배 높은 0.222% 수준인 것을 확인했다. 그는 사고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져 최근 첫 공판이 열린 상태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법정에서 무표정으로 “죄송하다”는 짧은 사과와 “부양할 가족이 있다”며 선처를 호소하는 듯한 말을 했다. 또한 가해자 변호인도 “피해자 측에 충분히 사과를 못 했으니 시간을 좀 달라”고 하는 등 감형을 노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양 기자는 지난 10일 방송에서 “볼라드가 있었어도 그걸 밀고 갔을 인간인 것 같다”, “이 인간의 음주 상태가 정말 심각했다”, “이 인간 첫 공판이 있었다” 등 멘트를 했다.

이어 “이 정도면 시쳇말로 그냥 술독에 있다가 나온 것”, “보통 음주 운전자들이 ‘기억이 안 난다’고 열에 아홉은 변명한다. 근데 0.222%면 기억 안 나는 게 맞다” 등 가해자를 비판했다.

그러자 방송 이후 가해자 측은 방송국 민원실을 통해 수차례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 측은 “방송에서 앵커가 ‘이 인간’이라고 표현한 건 너무 공격적이다. ‘사건반장’ 보도가 가해자 혐오를 유발한다”며 “재판에서 무표정으로 ‘죄송하다’는 말만 했다고 보도했는데, 그러면 법정에서 ‘죄송하다’는 말밖에 더 할 말이 있겠냐”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아프간에서 끌려온 사람처럼 굉장히 불쌍해 보였다. 우리도 피해자만큼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 씨의 유족은 “누구도 이런 고통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이 씨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다. 이어 “음주운전으로 사람이 죽어도 최대 형량은 8년이고, 이 마저도 ‘초범’ ‘자진 신고’ ‘반성문’ 등을 이유로 감형을 받아 처벌이 너무 약하다”며 가해 운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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