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고령운전자 페달 오조작 사고, 경기도 선제 대응 나선다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2월 18일, 오전 06:15

[수원= 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지난달 13일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소재 제일시장에서 67세 A씨가 운전하던 1t 트럭이 인근 상가를 덮쳤다. 이 트럭은 무려 150m 가량을 질주하면서 기물과 사람을 휩쓸어 사망 4명 등 22명의 사상자를 냈다. 사고 원인은 페달 오조작이었다. 5일 뒤인 18일에도 인천시 부평구 동암역 공영주차장에서 70대 B씨가 모는 승용차가 주차장을 빠져나오다 갑자기 인도로 돌진해 30대 여성과 두 살배기 딸이 중상을 입었다. B씨는 요금 정산기에서 주차비를 정산하던 중 페달을 잘못 밟았다고 진술했다.

지난 16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고령운전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설치·지원 조례안’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홍근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황영민 기자)
경기도·경기도의회는 최근 발생하는 고령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국내 최초 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다. 신규 제작차량 외에도 기존 운행차량에 오조작 방지 장치 설치를 지원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2029년 생산 신차부터만

17일 한국교통안전공단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차량 급발진 의심으로 감정이 의뢰된 사고 326건 중 60세 이상 운전자가 탑승한 사고는 233건(71.4%)을 차지했다. 감정 결과 차량 급발진이 아닌 페달 오조작으로 판명된 사고는 76.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서울 도심에서 9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등 14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역주행 참사’도 차량 급발진이 아닌 페달 오조작에 의한 사고로 드러났다. 가해 운전자의 나이는 당시 68세였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반복되는 페달 오조작 사고에 정부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을 통해 2029년 1월 1일부터 생산되는 승용차와 2030년 1월 1일부터 생산되는 3.5t 이하 승합·화물·특수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의무 설치토록 했다.

문제는 현재 운행 중인 차량(운행차)에는 페달 오조작 장치 설치 의무를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조사 결과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신차를 구매한 사람 중 60대 비율은 11.6% 수준이다. 이전보다 구매율이 오르기는 했지만, 고령운전자 대다수는 신차보다 기존 운행차를 몰고 있다.

◇고령운전자 많은 경기도, 운행차 지원 조례 검토

도내 면허소지자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2022년 10.9%에서 2023년 11.8%, 2024년 12.8%로 매년 증가 추세다. 이와 함께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비율도 같은 기간 전체 사고 건수 대비 15.0%→17.2%→18.7%로 늘고 있다. 특히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매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20% 이상을 기록 중이다.

이에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이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화성1)은 내년 상반기 발의를 목표로 ‘경기도 고령운전자 차량 급가속 사고 예방 장치 설치 지원 조례안’을 경기도와 함께 준비 중이다. 해당 조례안은 운행차에도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설치를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 11월 22명의 사상자를 낸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 트럭 돌진 사고 현장.(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고령운전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도입 방향 논의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홍근 도의원은 “고령운전자 문제를 운전 제한이나 면허 반납으로만 접근해서는 사고 감소에 한계가 있다”며 “사고 이후의 책임 논쟁이 아니라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기술을 정책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지원 조례를 조속히 마련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도민이 안심할 수 있는 교통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광덕 경기도 교통국장은 “경기도는 고령의 택시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계획 중”이라며 “운전면허 자진 반납과 교통비 지원, 교통안전교육 확대 등을 시행 중”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조례안에 대해서도 국토교통부, 제작사 등과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이홍근 의원.(사진=경기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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