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데일리DB)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박물관 시설관리과 공무직 미화업무담당 근로자 A씨에 대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A씨에 100만원 지급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했다.
A씨는 2020년 박물관에 입사해 ‘돌돌이(바닥광택기계)’ 기계 다루는 것을 배우고 싶던 차 상급자인 미화주임 B씨로부터 ‘양주를 주면’이라는 말을 듣자 실제로 양주를 B씨 사물함에 넣었다. 직전 B씨는 A씨에게 ‘농담이었는데’라는 요지의 말을 했고, 이에 A씨는 ‘그냥 주고 싶었다. 돌돌이 교육은 안해줘도 된다’는 식의 대화를 주고 받았다.
다만 A씨는 양주를 건넨 이후에도 돌돌이를 사용해 보지 못하고 B씨 지시로 임의사용마저 거절 당하자, 노조원 사무실을 찾아 노조원들에게 이같은 ‘양주 상납 요구’를 말했다. 노조간부들은 B씨의 상납 요구가 이른바 ‘직장 내 갑질’이라는 취지로 박물관 공무직 징계위원회에 진정을 해, A씨와 B씨 모두 청렴의무 위반을 이유로 각각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B씨는 A씨 발언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해 이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며 이번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원고 피고에게 돌돌이 사용법을 배우려면 양주 한 병을 가져오라고 요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A씨가 사실을 적시한 행위는 박물관 미화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B씨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에게 제공한 양주가 원고의 상납 요구에 기한 것이 아님에도, 제3자 등에게 진실인 것처럼 알려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A씨에 1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에서 판결은 다시 한번 뒤집혔다.
대법원은 “‘교습 비용으로 양주면 족하다’는 취지의 원고 발언은 그보다 큰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청소장비 사용법을 배우고 싶었던 피고에게 양주를 제공할 만한 충분한 원인이 됐다”며 “피고는 원고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양주 교부의 대가로 청소장비 사용법을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원고와 피고의 지위, 대화의 전체적인 맥락 등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이는 양주 제공이 청소장비 사용 교육 대가와 결부돼 있음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또 “청소장비 교육 대가에 금품 제공이 결부됐다는 사실은 박물관 시설관리과 공무직 직원의 위법행위나 도덕성에 관한 것으로 소속 집단의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라며 “나아가 이는 직장·노동조합 또는 권력관계에 기초한 이른바 ‘직장 내 갑질’ 문제로서 우리 사회 전체의 관심과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피고의 발언이 허위라는 점에 관한 원고의 증명이 부족하고 오히려 진실에 부합하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원심 판단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증명책임과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합리적 기준에서 벗어나고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는 사안으로 파기환송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