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 무죄' 與 압박 속 檢 항소 포기하나…유족, 트럼프에 서한

사회

뉴스1,

2026년 1월 02일, 오전 10:35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해양수산부 공무원 故이대준 씨의 친형 이래진 씨가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항소 제기 여부를 둘러싸고 항소 시한일인 2일까지도 검찰이 막판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나서 항소 포기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정부·여당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제2의 대장동 항소포기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 공소 유지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전까지 항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형사사건의 항소 시한은 선고일로부터 1주일 이내다. 지난달 26일 1심 선고에 대한 항소 시한은 이날까지다. 이날이 지나면 항소 포기로 간주된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지난달 26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훈 전 청와대 안보실장,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로 국정원이 고발해 검찰의 기소로 이어졌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가 피살 사실을 축소·은폐했다고 보고 수사 과정에서 어느 정도 혐의가 소명됐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 서 전 실장과 서 전 장관, 김 전 청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에서는 이 사건 무죄 판결에 대해 환호하며 검찰의 항소 포기를 압박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무죄 선고 이후인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이상한 논리로 기소해 결국 무죄가 났는데, 없는 사건을 수사해 사람을 감옥에 보내려 시도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김 총리도 같은 날 "검찰은 항소 포기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 사건 기소 자체를 문제 삼으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정치권의 압박으로 검찰이 항소 제기 여부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당시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대행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신중 검토' 의견을 참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공소 유지라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정권에 휩쓸리고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SI 첩보(특별취급정보) 삭제와 관련해 은폐의 고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리라'는 문재인 전 대통령 지시를 어기면서 은폐할 이유가 없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해당 명령 전부터 삭제된 첩보, 성급한 '월북 판단' 발표 등 의문점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검찰은 판결문 분량이 700쪽으로 방대한 만큼 쟁점을 정리하고 결재라인을 오가며 검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담당 수사팀과 공판팀에서는 항소를 제기해 일부 범죄사실에 대한 사실오인, 법리 오해, 양형 부당 등을 다퉈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씨의 유족 측은 검찰의 항소 제기를 촉구하고 있다.유족 측 변호사는 "1심 논리는 개인의 사적 의견과 국가의 공식 발표를 동일한 기준으로 취급한 법리 오해에서 출발한다"며 "국가의 표현 선택이 초래한 인권 침해와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문제를 법리적 판단의 영역에서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항소하지 않는다면 단순 무죄 판결 수용 차원을 넘어 국가의 잘못된 판단과 표현으로 훼손된 한 국민의 명예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씨의 친형 이래진 씨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최근 이 사건과 관련된 당시 고위 공직자였던 주요 피고인들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결과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상황이 됐다"며 "그럼에도 현 대통령과 국무총리 그리고 여당 당대표는 '피해자' 중심이 아닌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였던 '피고인' 중심의 발언을 이어가며 유족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발언들은 모두 피해자의 죽음과 국가의 구조 실패에 대한 책임 규명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고위 공직자였던 피고인을 보호하고 이들을 처벌하지 못하도록 검찰에 항소를 포기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항소 포기 압박은 유족에게 또 다른 국가적 폭력에 해당하며,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이 사건은 단순한 국내 정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자국민의 생명과 존엄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묻는 중대한 인권의 문제"라며 "현 정부에서는 진실 규명과 책임 추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마음으로 트럼프 대통령께 이 편지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 씨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신을주한 미국대사관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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