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공방 500억원대 담배소송 '운명의 날'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15일, 오전 05:31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담배회사들이 12년째 벌이고 있는 500억원대 담배 소송의 2심 판결이 15일 내려진다. 이 소송은 공공기관이 직접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한 국내 첫 사례라는 점에서 결과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외에선 개인이나 정부가 담배 회사들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낸 사례가 적지 않지만, 국내에선 환자·유족이 제기한 소송은 모두 담배 회사가 승소했다.

(사진=뉴스1)
이날 건보공단과 법조계에 따르면 공단이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낸 533억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항소심 판결이 15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선고된다.

호흡기내과 전문의 출신인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지난 12일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업무보고회에서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 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담배 소송 진행 상황을 묻는 정은경 복지부 장관의 질의에 “일부 승소라도 해야 한다”며 “상고는 무조건 갈 것이고, 상고 이유서까지 이미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12년 전 논리기 때문에 다음 상고 때는 작전을 바꿔 갈 것”이라며 “국민들이 폐암이 담배 때문에 생긴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공단은 지난 2014년 담배 회사를 상대로 흡연 후 폐암·후두암 진단을 받은 환자 3465명(2003∼2012년 기준)에게 지급된 건보 급여 533억원을 보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흡연자들의 암 치료로 인해 발생한 의료비를 공단이 부담했기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2020년 1심에선 공단이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흡연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고, 공단 역시 보험관계에 따라 급여를 지급했을 뿐 직접적인 피해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담배 회사들이 흡연 중독성을 축소·은폐했다는 공단 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이에 불복해 2020년 12월 항소했고, 이후 5년간 항소심이 이어졌다. 공단과 담배회사들은 지난해 5월 최종 변론과 함께 법리 공방을 마치고 2심 판단을 기다려왔다.

공단은 2심 판결을 앞두고는 흡연과 폐암 발생의 인과 관계,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피해 규모를 증명할 연구 결과도 잇따라 내놨다. 공단은 지난 5일 세계은행과 공동 연구한 결과,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직·간접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 규모는 40조7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2024년 한 해에만 4조6000억원의 의료비를 지출했으며 이 중 82.5%는 건보 재정에서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은 지난 12일에도 국립암센터 연구팀이 개발한 폐암 발생 예측모형을 활용해 담배소송 대상자의 폐암 발생위험을 분석한 결과 폐암 위험에 대한 흡연의 기여도가 81.8%에 달했다고 밝혔다. 분석 대상은 담배 소송에 포함된 30~80세 남성 폐암환자 2116명이다.

공단은 이번 분석 결과들이 담배 소송 항소심 선고 등에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후두암 사이의 인과 관계, 담배회사의 경고·광고 행위에 위법성 여부, 공단의 원고 적격성 여부 등 주요 쟁점에 대해 판단을 내릴 전망이다. 이번 항소심 판결에 따라 담배 규제 강화에 대한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자담배 등 신종 니코틴 제품에 대한 규제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해외에선 개인이나 정부가 담배 회사들에서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낸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은 1998년 담배 회사들이 46개 주정부에 흡연 예방 사업 등을 위해 25년에 걸쳐 260조원 이상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3월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피해자 집단소송을 통해 약 33조원의 배상 합의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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