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포기' 대장동 2심 시작…업자들 "혐의부인" 공세 속 檢 나홀로 출석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23일, 오후 05:40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검찰의 항소 포기로 논란이 됐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항소심 재판이 본격화됐다. 1심에서 실형을 받은 민간업자들은 첫 공판준비기일부터 혐의를 적극 부인하며 입증계획을 밝힌 반면, 항소를 포기한 검찰은 별다른 의견을 개진하지 않으며 상반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해 5월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고법 형사6-3부(재판장 이예슬)는 23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등 5명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지만 유 전 본부장 등 5명 모두 구속상태인 만큼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법정에는 피고인 측이 선임한 법무법인 태평양, 광장, LKB평산 등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항소를 포기한 검찰 측은 윤춘구 부장검사가 홀로 출석해 피고인 측과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검찰이 1심 판결 이후 항소를 포기하면서 항소심에서는 1심보다 더한 형과 추징금이 나올 수 없다.

민간업자 측은 1심 판결과 관련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자신과 남 변호사가 나눈 통화 내용 녹취록을 증거로 내겠다며 남 변호사에 대한 증인 신문이 필요하다고 했다. 1심 당시 신문이 이뤄지지 않은 공사 직원 전원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도 했다.

김씨 측은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남욱과 정영학의 입장이 많이 바뀌었다”며 2심에서 이들에 대한 증인 신문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그간 유 전 본부장에게 간 일부 자금이 과거 이재명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알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하반기 재판에선 수사 과정에서 검사에게 압박을 받아 허위 진술했다는 취지로 말을 바꾼 바 있다.

남 변호사 측은 “1심의 심리가 많이 미진했고, 판결문을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횡령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증인 3명을 신청하겠다고 했다. 정 회계사 측은 1심에서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가 된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고, 남 변호사가 1심 결심 이후 다른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기존 진술을 번복한 만큼 이 두 명에 대한 증인 신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준비절차를 마치고 오는 3월 13일 첫 정식 재판을 열기로 했다.

유 전 본부장 등은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화천대유에 유리하도록 공모 지침서를 작성하고,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도록 해 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2021년 10월부터 순차 기소됐다.

1심은 작년 10월 31일 김씨에게 징역 8년과 428억원 추징을 선고했다. 대장동 사업을 설계해 처음 시작한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또 공사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을 총괄한 유 전 본부장에게는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 추징 8억 1000만원이 선고됐다. 남 변호사 추천으로 공사에 들어가 투자사업팀장으로 일한 정민용 변호사는 징역 6년 및 벌금 38억원, 추징금 37억 22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1심은 이들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유죄로 보면서도 공사의 손해액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해충돌방지법도 무죄로 판단됐다.

한편 김씨와 남 변호사 측은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추징보전 해둔 재산을 풀어달라며 법원에 몰수 및 부대보전 취소 청구를 냈다. 이들은 “추징보전 결정의 근거가 된 이해충돌방지법이 1심에서 무죄로 확정됐기 때문에 추징보전 자체가 실효(효력을 상실)됐다”며 “검찰은 해제 등 적절한 조처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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