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 어려운 재생에너지…韓 기업, 'PPA' 개선 목소리[이영민의 알쓸기잡]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25일, 오전 09:45

[편집자 주] 탄소중립부터 RE100(기업의 사용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자발적 캠페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까지. 뉴스에 나오는 기후·환경 상식들. 알쏭달쏭한 의미와 배경지식을 하나씩 소개합니다. 이번 주말에 ‘알아두면 쓸모 있는 기후 잡학사전’(알쓸기잡)에서 삶과 밀접히 연결된 뉴스를 접해보세요.

(사진=게티이미지)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지난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정부에 ‘전력구매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 제도 개선을 건의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장려하는 정부 기조에 따르려고 해도 에너지 조달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였죠. 기업인들은 한목소리로 현행 제도가 경영에 불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은 PPA가 무엇이고 어떤 점이 문제인지 함께 알아보시죠.

◇기업 경쟁력 달린 RE100…발전사·거래사가 친환경 에너지 거래

PPA는 발전사업자와 기업이 직접 전력 구매계약을 맺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단일 전기공급사업자인 한국전력이 제공하는 전기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기후위기가 심해지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분위기가 일면서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이 시장에서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습니다. PPA는 바로 이 분위기 속에서 기업이 장기적으로 친환경 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한해서만 PPA를 허용하기 때문에 기업에는 RE100을 이행할 중요한 수단이 됐죠.

PPA는 직접 PPA와 제3자 PPA(간접 PPA)로 구분됩니다. 직접 PPA는 전기사용자와 발전사업자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입니다. 후자는 중개사업자가 발전사업자로부터 전력을 구매해 소비자인 기업에 되파는 방식입니다. 이 제도는 2021년 한전이 중개하는 제3자 PPA 형태로 처음 시행됐고 2년 뒤 직접 PPA가 본격화하면서 재생에너지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PPA가 시장에 뿌리 내린 배경에는 ‘안정성’이란 이점이 있습니다. 기업과 발전사가 직접 계약을 체결하면 기업은 장기 고정단가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발전회사도 지속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할 수 있죠. 전기를 조달할 때 한전의 송·배전망을 사용하지만 한전은 전달자 역할만 수행해서 기업의 자율성도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PPA는 송·배전망 사용 시 부과하는 부대비용(망사용료 등)에 따라 기업의 이행 비용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복잡한 계약 신고와 정산 절차에 따른 행정부담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제3자 PPA와 직접 PPA의 중복계약이나 복수의 사업자가 참여하는 ‘N대N (복수)계약’이 제한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주변국보다 뒤처진 재생에너지 활용…규제 완화 바람 이뤄질까

한경협이 기후에너지환경부에 건의한 지점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지난해 발표된 정부의 RE100 산업단지 조성계획과 올해 확정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로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전망인데 기업의 비용부담이 너무 크다는 겁니다. 기업인들은 높은 재생에너지 조달비용과 부족한 조달수단이 걸림돌이라고 지적합니다.

한경협이 인용한 클라이밋그룹·탄소공개정보프로젝트(CDP) 위원회의 ‘RE100 2024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RE100 가입기업 183개사 중 70개사(38.3%)가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2년(39개사)보다 80% 급증한 수준으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연평균 증가율(34%) 입니다. 미국(20개사, 전체의 7.2%), 중국(29개사, 10.7%), 일본(48개사, 21.1%)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죠.

한경협은 RE100 이행장벽을 없애기 위해 PPA 부대비용 감축을 기후부에 요구했습니다. PPA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때는 전력 값 외에도 송·배전망 이용료와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을 부담해야 하는데 보통 발전단가의 18~27% 수준입니다. 회원사들은 국내 재생에너지 경쟁력이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 될 때까지 이 부대비용을 한시적으로 면제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PPA 체결 시 전력산업기반기금 면제와 무역보험료 인하 같은 혜택도 제공할 것을 건의했죠.

또 300㎾ 이상 고압 전기 사용자 등으로 한정된 직접 PPA 체결 사업자의 대상 범위를 넓히고, N대N 계약을 도입해 중소·중견기업과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7월 정부는 PPA 규제를 한차례 완화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계 RE100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직접 PPA) 참여 시 발전 용량 1㎿를 초과해야 하는 요건을 폐지했습니다. 산단 내 유휴부지나 지붕을 활용해도 1㎿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결정이었죠. 당시에 산업부는 “현장의 의견을 청취해 관련 제도의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올해도 전력시장과 PPA에 큰 변화가 있을지 알쓸기잡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국가별 RE100 이행장벽 보고기업 수 추이.(자료=한국경제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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