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합의…이사회 방식 등 과제도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27일, 오후 06:19

[세종=이데일리 조민정 서대웅 기자] 노사정이 ‘기금형 퇴직연금’ 운용 기관으로 금융회사 등 민간회사만 진입시키기로 뜻을 모으면서 제도 도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과 같은 공공기관이 퇴직연금을 굴리는 방식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함에 따라 민간 중심의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우선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금형 퇴직연금 운용 기관의 지배구조 등 세부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아 입법화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기업 연합형’ 비영리법인 등 민간 주도

27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퇴직연금 노사정 TF’는 퇴직연금기금을 운용할 수탁법인에 은행·증권사 등 민간회사만 참여시키기로 합의를 마쳤다. 지난해 상반기 고용노동부 주도 전문가 포럼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방식을 논의한 데 이어, 하반기 양대 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가 참여하는 TF에서 가장 큰 쟁점인 수탁법인 형태를 두고 노사가 뜻을 모았다. TF는 최종 합의 단계를 거친 후 다음 주 공식 발표에 나설 방침이다.

노사가 합의한 민간 참여 수탁법인 설립 형태는 두 가지다. 금융회사들이 퇴직연금 수탁회사를 만들어 기금을 공동 운용하거나, 일반 기업들이 연합해 하나의 퇴직연금기금 수탁회사를 만드는 방식이다.

금융회사가 기금을 설립하는 ‘영리형’ 허용 여부에 대해선 그간 큰 이견이 없었지만 개별 회사들이 시장에 진입하면 여러 기금이 난립할 수 있는 문제를 고려, TF는 은행·증권사들이 공동으로 기금을 설립하는 ‘민간금융 개방형 기금’을 진입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다수의 일반 기업이 공동 설립하는 비영리 퇴직연금기금인 ‘연합형 기금’은 호주에서 시행한 모델이다. 같은 산업군에 속한 여러 회사가 연합해 만든 호주의 ‘산업형 기금’은 평균 8%대 수익을 내고 있다.

경영계가 반발해온 공공 비영리법인 허용 여부는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계는 공공기관이 운용주체로 참여하면 자금이 한쪽으로 쏠리는 ‘구축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도 있다며 반대해왔다.

다만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엔 이견이 없어 공공기관 진입 경로를 완전히 막진 않았다. 푸른씨앗은 상시근로자 30인 이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주와 근로자 부담금의 10%를 정부가 지원하는 기금이다. 여건이 어려운 중소기업 근로자의 노후보장을 위해 도입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30인 미만 대상으로 진행하는 푸른씨앗 대상 기업을 확대하는 방안에는 노사정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공공기관 참여를 완전히 배제했다기보단 공공기관 중에서도 국민연금공단의 퇴직연금 운영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금 간 경쟁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기본 방향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고용노동부)
◇수탁법인 지배구조 등 논의 ‘과제’

TF가 ‘민간 주도’의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합의함에 따라 당정도 이러한 방향으로 입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 TF는 사회적 대화 기구 성격이어서 노사가 합의하지 않은 방안을 당정이 추진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 중 노사가 이번에 합의한 내용을 담은 법안은 없다. 정부가 의원입법 형식의 법안을 내거나, 정부가 내부 법률 검토를 거치는 가운데 의원들이 자체 법안을 별도로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금형 퇴직연금 수탁법인의 지배구조 등 세부적인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누가’ 퇴직연금기금을 굴릴 것인지를 논의했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운용하게 할지를 정해야 하는 셈이다. 퇴직연금이 근로자의 노후보장을 위한 제도인 만큼 운용 방식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우선 수탁법인 이사회에 ‘적립금운용이사회’(가칭) 또는 ‘적립금운용위원회’(가칭)를 두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또 적립금운용 ‘감독이사회’와 ‘집행이사회’를 분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남 박사는 “영리형과 비영리형에 대한 각기 다른 지배구조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사회 구조를 포함해 지배구조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가 (퇴직연금 기금화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민간 회사가 진입한 수탁법인이 이익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가입자(근로자) 연금자산 수익률을 어떻게 개선할지도 논의해야 할 과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기금형을 도입한다고 반드시 수익률이 높아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기금형 도입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보건의료기관에 있는 기업끼리 연합해 퇴직연금기금을 만드는 ‘연합형 비영리법인’은 가입자 관리도 민주적으로 할 수 있고, 자금 관리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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