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드·메보다 우리 둘이 중요"…세계로 번지는 '노 웨딩' 열풍

사회

뉴스1,

2026년 1월 28일, 오전 07:00

© News1 DB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생존을 고민하기에도 벅차다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노 웨딩은 '돈을 어떻게 쓸지'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까'에 대한 고민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혼인 신고를 마친 지 두 달이 지난 새댁 김 모 씨(30·여)는 결혼식 없는 결혼, 이른바 '노 웨딩' 후기를 전하며 27일 이렇게 말했다.

하얀 웨딩드레스와 갖가지 꽃·조명으로 장식된 식장, 근엄한 주례, 가득 찬 하객…'결혼'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장면이지만 김 씨가 원하던 바는 아니었다. 신랑·신부가 직접 마이크를 잡지 않는 결혼식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의 오랜 생각이었다.

그는 구 연인이자 현 남편을 만나 상의 끝에 노 웨딩을 선택했다. 관계·내면·내실 3가지 키워드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김 씨는 "결혼식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어떻게 할지 대화하기보다는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조금 더 발전적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대화에 그 시간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양가 부모님도 기꺼이 두 사람을 응원해 주셨다.

주위에는 청첩장 대신 모바일 또는 엽서 형식의 '결혼 알림장'으로 소식을 전했다. 알림장에는 편지 형식으로 만남에서 결혼에 이르는 두 사람의 서사를 자세히 적었다.

김 씨는 "결혼식을 준비하는 기간이 대략 1년 정도 되는데, 그 때문에 결혼식이 종착역처럼 여겨지는 점도 있다. 노 웨딩은 결혼이 어떤 과정의 끝이 아닌 '시작'이기 때문에 더 설레는 마음도 있다"고 뿌듯하게 말했다.

'결혼식을 위한 결혼은 사양' 노 웨딩에 대한 갈망은 최근 점점 확산하고 있다. 정형화된 결혼식의 꼴을 갖추는 데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당사자인 부부 중심의 이벤트로 변모해 가는 추세다.

남자 친구와 결혼을 고민 중인 직장인 K 씨(29·여) 역시 '결혼식'에 회의적이다. 식장 선택부터 소위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까지 신경 쓸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K 씨는 "결혼은 한 사람과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겠다는 맹세다. 맹세를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꿈꾸는 이상적인 결혼은 마음에 드는 옷을 단정히 차려입고 반지 교환식 정도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과 주변의 의심쩍은 시선을 설득할 생각을 하면 걱정이 앞선다. K 씨는 "아무래도 어른들 사이에서는 식을 올리지 않으면 재혼 등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내가 하고 싶은 대로는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내심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의 결혼 문화는 하한선이 너무 높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K 씨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간소하고 조용한 결혼식, 또는 결혼식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선택지는 크게 보장되지 않는 것에 있는 것 같다"며 "더 다양한 방식이 존중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2024년 실시한 '결혼 인식 조사'에 따르면 미혼남녀 10명 중 4명은 "상대와 의견이 맞으면 결혼식을 생략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굳이 필요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11.4%로 집계돼 총 49.2%가 예식 진행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혼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에서는 예전보다 결혼식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개인의 실속이나 본인 만족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졌다"며 "결혼식을 생략·간소화해 내 집 마련 등에 투자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결혼 문화 과도기' 정형화된 결혼식을 탈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간소화된 결혼 형태를 표현하는 말들도 다양하다. △나시혼(예식 없이 혼인신고만 하는 결혼) △포토혼(사진 촬영으로 대체하는 결혼) △앳홈 웨딩(집에서 올리는 결혼) △지미혼(소박한 스몰웨딩) 등이 있다. 비혼족을 위한 '솔로 웨딩'까지 등장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 같은 유행은 버블 경제 시기였던 1980년대와 비교해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는 비용 절약을 위해 하객 수를 줄이기도 한다. 최대 하객 규모가 50명 정도인 '마이크로 웨딩'과 이보다 적은 10명 규모의 '미니모니 웨딩' 등이 대표적이다.

외국 결혼정보업체 '셀레브랜트 디렉터리'가 분석한 '2025년 웨딩 트렌드'에 따르면 '마이크로 웨딩은 지난 1년 사이 검색량이 24.14% 증가했다. 개인 중심의 비밀스러운 소규모 결혼식을 뜻하는 '엘로프먼트' 역시 검색량이 전년도 대비 10% 증가했으며 매달 25만 건 이상 검색되고 있다.

realkwon@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