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사회부 법조팀장 2025.10.1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한덕수 전 국무총리 1심 판결문은 A4 용지 347쪽 분량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외포심'을 언급한 대목이었다. 외포심은 '무엇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뜻한다. 지난 21일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판결문에서 형사 제87조상 내란(폭동)을 '다수인이 결합하여 폭행 또는 협박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폭행 또는 협박은 일체의 유형력 행사나 외포심을 생기게 하는 해악의 고지'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5분쯤, 필자는 실제로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는 뉴스 속보를 접한 직후였다. 계엄령 발동에 따라 무장한 군인과 군용 차량, 경찰력이 국회에 배치됐다. 내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 방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었다.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은 계엄의 방향과 목적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조항이 포고령에 담겨 있었다. 윤 정부를 비판했던 필자의 기사들이 떠올랐다. 최대한 정제해 썼다고 생각했으나 '대가'를 치를 수 있겠다 싶었다.
소속은 다르지만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아내도 눈앞에 어른거렸다. 아내는 더욱 호되게 윤 정부를 비판했던 기자다. 귀가하면서 아내에게 전화해 재촉했다. "여보, 지금 어디 있어. 계엄 터진 거 몰라? 빨리 집으로 와."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그동안 재난 참사와 강력 사건 등을 취재하며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자부했다. 그렇지만 비상계엄에는 '외포심'을 느꼈다. 그런데도 '경고성 계엄' 또는 '계몽령'이라고 부르는 자들의 인식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해를 도모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윤 전 대통령과 그의 동조 세력은 계엄으로써 '한 지역의 평온을 해친 것'에 대해 아직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
한 전 총리에게 중형을 내린 '이진관 재판부'는 12·3 계엄을 '내란'이라고 규정했다. 지난해 4월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도 계엄을 '위헌·위법'이라고 못박았다. 다음 달 19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선고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어떨까.
'지귀연 재판부'가 '이진관 재판부'의 판단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법부 내에서 역사적 사건인 계엄을 두고 엇갈린 판단이 나온다면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사법 체계에 대한 국민 신뢰는 급격히 무너질 것이다. 국가 전체가 혼돈과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귀연 재판부의 판단은 신중해야 하며, 결정은 과감해야 한다.
필자가 외포심에서 벗어난 것은 지난해 7월 윤 전 대통령이 재구속된 후다. 그전까지는 2차 계엄, 3차 계엄 가능성에 안심하지 못했다. 형법상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법정형이 오직 '사형과 무기징역, 무기금고'인 이유도 깨달았다. 윤 전 대통령의 1자 구속 당시 석방을 결정했던 지귀연 판사도 이 점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mrle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