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 재직 시절인 2015년과 2016년 신입직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인사부장 등과 공모해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합숙면접 등 각 전형에서 불합격 처리된 지인 추천 지원자들을 합격시키도록 지시해 면접관들의 업무와 은행의 채용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5년과 2016년 공채에서 남녀 최종합격자 비율을 약 4대 1로 사전에 정해 성차별 채용을 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1심은 함 회장의 업무방해 혐의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장기용 전 하나은행 부행장에 대해서는 2015년 채용 관련 업무방해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하나은행(법인)에 대해서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검사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함 회장의 2016년 합숙면접 전형 관련 업무방해 혐의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나머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유지했다.
대법원은 함 회장이 채용비리에 공모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1심 법정에서 2016년 합숙면접 당시 인사부 채용담당자들이 일관되게 “함 회장으로부터 합격기준에 미달하는 지원자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받은 사실이 없고 인사부장의 보고 전후로 합격자의 변동도 없었다”고 증언한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원심에서도 이와 다른 취지의 증언이 없었고 원심이 제시한 여러 간접사실들은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피고인의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할 만큼 우월한 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항소심에서 함 회장의 지시에 의한 ‘추가사정회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단했지만 인사부 채용담당자들은 그러한 회의가 없었다고 진술했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도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1심 판단을 뒤집으려면 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등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 사정이 있어야 한다”며 “원심은 공판중심주의 및 직접심리주의에 관한 법리,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함 회장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상고는 기각했다. 이에 따라 함 회장의 성차별 채용 혐의는 유죄로 확정됐다. 아울러 하나은행 법인에 대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유죄 판단(벌금 700만원)도 그대로 유지됐다.
검사가 상고한 함 회장과 이 전 부행장의 나머지 무죄 부분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모두 기각해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서 공동정범의 성립요건인 공모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하고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각 간접사실이 논리와 경험칙에 의해 뒷받침돼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며 “또 항소심이 새로운 객관적 사유 없이 1심의 사실인정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공판중심주의 원칙을 명확히 설시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