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2심 유죄 양승태 판결…직권남용죄 해석이 갈랐다

사회

뉴스1,

2026년 1월 30일, 오후 05:56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후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6.1.3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데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달라진 점이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심 재판부는 재판 관여에 대해 직권남용죄 성립을 제한적으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권한의 존재와 행사 과정의 위법성을 나눠 판단해야 한다며 1심의 접근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고법 형사14-1부(부장판사 박혜선 오영상 임종효)는 3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박 전 처장의 후임으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영한 전 대법관에게는 1심과 같이 무죄가 선고됐다.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이 조항을 양 전 대법원장 등에게 핵심 혐의로 적용해 왔다

1심은 재판 사무를 '재판 사무의 핵심 영역', '재판 관련 행정사무', '재판 관련 사법 지원'으로 구분했다.

그러면서 사법행정권자에게는 '재판 사무의 핵심 영역'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므로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직무권한이 존재하지 않고, 그 결과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이 다른 재판들에 관여할 권한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직권남용죄를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사법행정권자가 '재판 사무에 핵심 영역'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는 점은 1심과 같이 보면서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해석은 다르게 했다.

2심 재판부는 사법행정권자에게 직권이 존재하는지 여부에서 출발해 그 권한을 위법하게 행사했는지 순서대로 살펴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런데도 1심 재판부가 거꾸로 위법한 행위라는 결론에서 출발해 권한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법행정권자가 재판의 핵심 영역에 관여한 것은 위법·부당한 행위라고 본 뒤, 그런 행위는 할 수 있는 권한이 애초에 없으므로 직무권한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1심의 구조는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이 같은 구조로 접근하는 경우, 재판에 관여할 권한은 애초 그 누구에게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제3자의 재판개입에 대해 원칙적으로 어떠한 사안에서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성립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의 논리에 따르면 오히려 더 중하게 보호해야 하는 '재판 사무의 핵심 영역'에 대한 행위에 관해 언제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 결론에 이르게 되어 재판의 독립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아울러 '법관의 재판권'을 직권남용죄가 보호 대상으로 삼는 구체적 권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사법행정권자가 형식적, 외형적으로 직무권한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법원에 계속 중인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 경우, 실제로 재판 결과에 영향이 없었더라도 그 자체로 재판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행정권자의 재판 관여로 인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초래되고 그 재판이 신뢰받지 못하는 결과에 이르는 경우, 해당 사건을 담당한 개별 법관의 정당한 재판권 행사는 현실적으로 방해받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법리를 토대로 재판부는 구체적 사건들에 대한 직권남용 성립 여부를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법상 재직 기간 산입 조항 사건 재판장에게 전화해, 이미 결정돼 송달까지 마친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 제청 결정을 직권취소하고 단순 위헌 취지의 위헌 제청 결정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통진당 국회의원 행정소송 항소심 사건 재판장에게 법원행정처가 수립한 판단 방법 및 자료를 검토하게 한 것 역시 직권남용이라고 봤다.

그리고 이같은 행위 과정에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공모가 있었다고 봐 직권남용죄를 유죄로 판단했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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