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는 지난 30일 오후 2시부터 로저스 대표를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고 조사했고, 31일 오전 2시 20분께 첫 조사 일정을 마쳤다.
31일 새벽 조사를 마치고 나온 로저스 대표는 취재진이 ‘정보 유출 규모가 3000 건이라는 근거는 소명했는지’ ‘한국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등을 묻자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앞서 로저스 대표는 조사 출석 직전인 30일 오후 1시 53분께 변호인과 함께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청사에 도착했다. 피의자 신분인 그는 굳은 표정으로 “쿠팡은 지금까지 정부에서 하는 모든 조사에 최선을 다해 임하고(fully cooperate) 있다”며 “오늘 경찰 조사에서도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also fully cooperate with the police investigation)”고 말했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 규모가 3000여 건에 불과하다는 근거가 무엇이냐‘ ‘증거인멸 혐의를 인정하는지‘ ’국가정보원 지시를 받았다는 말은 위증인지‘ 등 취재진의 질문엔 답하지 않고 곧장 쿠팡 수사 종합 TF 조사실로 향했다.
이날 조사는 경찰의 세 차례 소환 요구 끝에 성사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 5일과 14일 두 차례 로저스 대표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로저스 대표는 예정된 출장을 모두 불응했다. 통상 경찰 수사 과정에서 3회 이상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것이 수순이다. 로저스 대표의 이번 조사 출석도 체포영장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자체 조사해 발표하는 과정에서 증거인멸 등 혐의로 고발된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 대표가 30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지난달 25일 쿠팡은 유출 규모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쿠팡은 공지를 통해 “정보 유출자가 3300만개의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약 3000개에 불과했다”면서 “유출 정보는 모두 회수했다”고 밝혔다. 또 “고객 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해 접촉한 결과, 유출자가 행위 일체를 자백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쿠팡은 경찰과 정부에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아 ‘셀프 조사’논란이 일었다. 또 수사기관을 사칭해 피의자 전직 직원에게 접근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결국, 쿠팡은 시민단체 등에 의해 고발당했다.
경찰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피의자를 중국에서 먼저 접촉해 자체 조사를 벌인 점, 개인정보 유출 규모를 3000건으로 축소 발표한 점 등에 고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26일 정례 기자 간담회에서 압수물 분석을 통해 확인한 개인정보 유출 규모가 3000만건 이상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는 경찰 제공 통역과 로저스 대표의 개인 통역사가 모두 배석한 ‘이중 통역’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때문에 조사에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경찰은 로저스 대표 조사와 더불어 유출 피의자로 특정된 중국 국적 A씨에 대한 송환을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요청한 상태다. 다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다. 박 청장은 26일 “피의자를 직접 불러 조사한 다음 한국법으로 처벌한다는 목표 아래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